1. 타고난 리더형

ENFJ라서 그런가?

by 유작가
당신이 현재 하는 사소한 행위는
잔잔한 물결처럼 서서히 퍼져나가
모든 이에게 영향을 줍니다.
당신의 마음가짐이
다른 이의 가슴에 불을 지필 수도,
근심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숨소리가
사랑의 빛을 뿜어낼 수도,
우울함으로 온 방 안을
어둡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시선이
즐거움을 선사할 수도 있으며
당신의 언어가
자유를 향한 열망을 독려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사회운동가형 사람은
카리스마와 충만한 열정을 지닌
타고난 리더형입니다.
인구의 대략 2%가 이 유형에 속하며,
정치가나 코치 혹은
교사와 같은 직군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꿈을 이루며,
선한 일을 통하여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독려합니다.

또한, 자신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동참시키고 이끄는 데에서
큰 자부심과 행복을 느낍니다.

출처: 16 personalities 홈페이지
- ENFJ 성격유형 소개


작년에 MBTI 성격유형검사가 유행이라고 해서, 나도 2번인가 봤다. 한 번은 취미로, 한 번은 회사 면접 때. 이 검사 결과가 함께 일할 동료를 뽑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나 보다. 그 회사는 결국 내 유형이 맘에 안 들었는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어쨌든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만족하는 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본다.

내 MBTI 유형은 ENFJ다. 별칭인지 애칭인지 모르겠지만, '엔프제'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더라. (짧게 줄여서 읽고 쓰기 쉬워서 나도 엔프제라는 명칭을 이 글을 쓰는 동안 자주 이용하려고 한다) ENFJ 유형을 알고 싶어서 MBTI 검사를 주관하는 기관인 '16 personalities'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ENFJ, 엔프제는 한마디로 '정의로운 사회 운동가'. 제목만 봐도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관심 있게 관찰하고,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

10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성격 유형 검사를 할 때는, 이걸로 어떻게 70억 인구의 성격을 나눌 수 있다는 건지 반신반의했지만, 내가 엔프제라는 검사 결과와 성격 유형 소개글을 보고 나서는 꼬리를 내렸다. 맹신까지는 아니지만 참고하면 유익하다는 결론. 면접 때 나에게 MBTI 검사를 시킨 그 회사 대표님의 철학이 비로소 이해가 갔다. 한 사람의 성품이나 인격에 대한 분석이 나름대로 잘 될 만한 질문들만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엔프제는 인구의 대략 2%에 속하는 유형이라고 한다. (뭔가 대단히 특별해 보이지만, 70억 인구를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누면 다들 그 정도 퍼센티지는 나오는 거 아닌가) 카리스마와 충만한 열정을 지닌 타고난 리더형이라고 하는데, 정치가나 코치 혹은 교사와 같은 직군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정치가'나 '교사' 쪽은 내가 어릴 때부터 선망하는 직업은 아니었지만, '코치'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평화주의자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것에서 특히 보람을 느낄 때가 많았다. 나 자신에 대한 성취보다는 내 주변 이들, 내가 아끼고 좋아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루고 잘 되는 것을 보면 좋은 마음이 생기곤 했다.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볼 때도, 나는 주역 선수들보다 그들을 감독하고 관리하고 조언하기를 계속하는, 부상을 당했을 때 '힐러'역할을 자처하는 감독과 코치들을 눈여겨봤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이 자기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고 선한 일에 동참시키고 이끄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나름의 주관. 여기에 큰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진심으로 사람을 믿고 이끄는 지도자

8년 간의 방송작가 생활을 마치고, 유튜브와 동영상 콘텐츠 작가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를 받았다. 그중에 학교 과 선배였던, 내 인생의 멘토라고 생각하는 언니가 있다. 그 언니를 내가 좋아하게 된 이유는,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강인하고 헌신적인 데다가 선하고 옳은 일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그런 강직한 성품을 가진 이에게 끌리는 것 같다. 그래서 '21세기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쏟아지는 책들과 강연, 방송, 영화들을 통해서 그런 소위 말해 '히어로'들에 대한 답을 찾지만,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 언니는 졸업 후 본인의 취업 준비하기에도 바쁘고 정신이 없을 텐데, 내가 고민이 있거나 어려움이 생겼을 때,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하고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랐을 때, 낙심하고 있을 때 등등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나를 만나러 학교까지 찾아와 줬다.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다정다감하신 분들이 아니었고, 나는 집에서 동생 둘이 있는 첫째였기 때문에, 인생의 고비마다 처음 겪어보는 문제들을 상의하거나 도움받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늘 외로웠는데 언니의 존재는 나에게 빛과 같았고, 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본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언니의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매력이 있던 것은, 사람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눈을 마주치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기분과 감정에 대해 동감해주고, 현실적인 조언들을 내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해 줬다는 거였다. 만나면 시너지가 20000배는 나는 사람.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ㅎㅎ


학교 다닐 때부터 싸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내가 왜인지도 모르는 이유 때문에 '은따'가 되었을 때에도 굳이 주도하던 친구들에게 가서 따지지 않았다. 슬프고 괴로운 마음은 있었지만 나는 그것들을 밖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안으로 삼켰다. 그래서 힘든 감정에 대해서 무조건 드러내게 하기보다는, 일단 그 사람이 마음을 열고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다. 그리고 거짓으로 관심을 가지거나 이해할 마음이 없는데 이해하는 것도 피한다. 사람의 얼굴과 얼굴이 비친다는 말이 있다. 거울처럼.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타인에게 관심을 보일 때, 그 마음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원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는데 리더 역할을 할 때도 있었고, 정말 원해서 리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간혹,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은 정도가 지나쳐서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어릴 때 종종 친구들이 나에게는 자기 고민을 이야기 못하겠다고 했었다. 왜냐면, 내가 감정이입을 너무 심하게 해서, 자기보다 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을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심각하게 빠져 들어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긴 했다. 이런 이타주의적 행동이 확실히 나를 지금의 내 모습으로 개발시키고, 작가라는 직업으로 자아실현을 하게 한 것 같다. 내가 쓴 글로 인해 그것을 읽거나 듣는 사람이 즐겁거나, 기쁘거나, 위로를 받거나, 무언가를 깨닫고 감동을 받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살맛 난다.



하지만 나의 이런 성향이 되려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참견하고 간섭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한다는 오해도 살 수 있기 때문에(내 진심은 그 사람을 돕고 싶고 이해하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일에 있어서는 정말 말을 아끼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때로는 그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 지금 세상은, 들어주기만 하는 리더도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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