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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Mar 13. 2018

#마흔, 천직 같은 일이 있을까

글씨 수업을 시작했다. 

이번 주는 어떤 수업을 할 건지 찾아보고, 연습하고, 수업자료 만들고, 주위에 글씨 쓸 일 있으면 쓰고..

요즘 나의 고개는 핸드폰 폴더처럼 반은 접어있고 손에는 항상 붓이 들려있다. 

마흔. 굳이 이 마흔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이 나이를 사색해야 하는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느끼는데도 

적다 보면서 스무 해 때의 나와는 너무 다른 나를 발견한다. 

그때 난 이 꿈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런 생각들이 들 적이면 지금 나도 나중은 달라져 있을까 

미래를 향해 마저 달려간다. 

"장래희망" 학교 다닐 적에 수도 없이 적어 내도록 강요받던 많은 날들, 그것에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들의 근처도 가지 않는 것들을 

살아가고 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을 하고 있으니깐. 

2주 전쯤, 한 선생님과 점심밥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연세가 많이 있으심에도 소설책도 내시고 시도 쓰시고 출간한 책들이 많이 있으셨던 분이셨다. 

"선생님은 소설 쓰기 하지 말아요.." 

소설을 쓰시는 선생님께서 내게 글은 쓰더라도 소설은 쓰지 말라고 하셨다. 살아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쓸 거리가 많다고  하셨지만, 창작하는 고통은 쉽지 않다는 강조 같았다. 웃으며 듣다가 곧 이 얘기를 덧붙이셨다.  

"숙명 같아요..." 

나는 선생님의 그 얘기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숙명 같은 일. 목소리에 힘이 실렸던 선생님의 의지가 내게도 전해졌다. 젊을 적에는 아이들 키우고, 뭘 잘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많이 배워 보셨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셨다는 말씀이 희망처럼 들렸다.  

나는 지금 희망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

글씨를 쓰면 쓸수록 직업인으로서 그 속으로 점점 더 들어가는 것 같다.

여기도 저기도 나를 보면 글씨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가는 일상. 

좀 더 진하게 채워가는 시간들이지만 이 길이 완벽한 내 길인 건지 아직도 헷갈린다. 그렇지만 좋은 글귀들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빛의 속도로 반응하는 청각은 나를 말해주는가 물어보고 싶어 진다.

(2018년 1월 24일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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