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책을 안 좋아해요.”
많은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의 나도, 그 말의 당사자였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만들고 싶어서
그림책을 사주고, 독서 후 선물도 준비해 봤다.
하지만 결과는…
“아빠, 그냥 만화책 보면 안 돼요?”
나는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책을 ‘스스로’ 좋아하게 될까?
그러다 깨달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공통점은
‘책을 좋아하라고 배운 아이’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어른을 곁에 둔 아이’라는 것.
책을 좋아하는 엄마,
책을 읽고 웃는 아빠,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풍경 속에서
아이들은 책을 ‘배우는’ 게 아니라
책을 ‘느끼고’ 자란다.
나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려는 마음을
‘책을 좋아하는 환경’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거실 한쪽을 ‘서가처럼’ 꾸몄다.
→ 아이 눈높이에 맞춘 책장
→ 엄마, 아빠, 아이 책이 섞여 있는 구조
책은 항상 손에 닿는 곳에 두었다.
→ 식탁 옆, 소파 옆, 화장실에도 책 한 권
→ “책 읽자”가 아니라 “책이 보여서 읽는” 구조
아빠가 먼저 책을 펼쳤다.
→ TV 끄고 책을 읽는 아빠의 모습
→ “무슨 책이에요?”라고 물어보는 아이의 반응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책 읽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점이다.
말하지 않아도
어느 날부터 아이는
스스로 책을 꺼내 앉기 시작했다.
처음엔 5분도 안 되던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을 가까이 두고, 부모가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걸.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작은 자극’은 다양했다.
아빠가 읽는 책 제목을 따라 읽기
도서관에서 친구가 고른 책 흥미 가지기
“이 책, 주인공이 널 닮았네”라는 아빠의 말
“이건 엄마가 어릴 때 좋아했던 책이야”라는 연결
그 모든 경험은 아이의 마음에
‘책은 좋은 것’,
‘책은 사람과 연결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심어줬다.
책을 좋아하게 하려 하지 말고,
책이 좋은 기억이 되게 하자.
책을 덮고 웃은 적이 있다면,
책을 읽고 누군가와 이야기한 기억이 있다면,
아이의 마음속에 책은
‘의무’가 아니라 ‘위로’로 남는다.
“아빠, 이 책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나요?”
그 말은 아이가
책의 마지막을 아쉬워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아이의 독서는 지금,
막 시작되고 있다.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책을 중심으로 한 ‘정서적인 경험’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책을 읽고 같이 웃고
책을 읽고 나서 산책하며 이야기하고
책을 읽은 날엔 책 제목으로 잠자리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
이 모든 게
아이에게 책을 ‘좋아할 이유’가 된다.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아이보다 먼저, 소파에 앉아 조용히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아이가 곁에 와서 묻는다.
“오늘 아빠는 어떤 책이야?”
그 물음 속에,
이미 책을 좋아하게 된 아이가 있다.
작가의 말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책을 잘 읽는 아이가 아니라,
책에 따뜻한 기억을 가진 아이입니다.
책이 공부가 되기 전에,
책이 사람이 되는 시간이 먼저였으면 합니다.
책을 읽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하나로 시작한 우리의 루틴 속에서
오늘도 아이는, 책을 좋아하게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