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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길, 손을 꼭 잡았다

– 아이와 함께 걷는 순간, 아빠가 배운 마음

by 라이브러리 파파

– 아이와 함께 걷는 순간, 아빠가 배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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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섭다는 말, 꼭 안아주고 싶었다


아이와 병원 가는 길.

평소처럼 밝게 걷던 아이가 문득 걸음을 늦춘다.

작은 손이 내 손을 꼭 잡는다.

아마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니까.


“아빠... 혹시 주사 맞아야 해?”

말속엔 겁도, 걱정도, 작은 기대도 섞여 있었다.

나는 조용히 아이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아빠도 어릴 땐 병원이 무서웠어.

그런데 말이야, 병원은 우리 몸이 아프지 않게 도와주는 고마운 곳이야.

그리고 지금, 아빠가 옆에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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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빠도 어릴 땐 무서웠단다


사실 나도 병원이란 곳이 싫었다.

하얀 벽, 날카로운 냄새,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그 속에서 혼자라는 느낌이 유독 크게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꼭 말해주고 싶었다.

“혼자가 아니야. 아빠가 함께 있어.

손 꼭 잡고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그 순간 아이는 내 손을 더 꼭 쥐었다.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을,

작은 손으로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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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울어도 괜찮아, 참는 게 용기가 아니야


혹시 주사를 맞게 될까 봐, 아이는 자꾸 나를 바라본다.

걱정이 담긴 눈빛,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참지 않아도 돼. 울어도 괜찮아.

용기란, 아프지 않은 척하는 게 아니라

아프더라도 괜찮다고 믿는 마음이야.

그리고 아빠는 네가 울든 웃든, 언제나 사랑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눈빛이 조금 밝아졌다.

작은 마음속에도 용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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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병원보다 더 따뜻한 건, 함께 걷는 이 길


아이와 걷는 병원 가는 길.

그 길은 사실, 병원보다 더 큰 배움의 공간이다.

아이에게는 세상이 무섭지 않다는 걸,

부모의 품은 언제나 안전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다.


끝나고 나면,

우리가 자주 가는 편의점에서

아이와 약속한 초콜릿우유를 사주기로 했다.

그 약속 하나가,

병원의 긴장을 견디는 아이에게는 작지만 분명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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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손을 놓지 않는다는 것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나는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다짐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커 보여도,

아이의 손을 놓지 말자.

이 작은 손은 지금 나를 믿고 있으니까.”


아이와 함께 걷는 병원 가는 길은

언제나 짧지만,

그 짧은 길 속에 아빠로서의 마음은 깊어진다.


그리고 오늘도 그 길 위에서 나는 배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서로를 다정하게 지켜보는 시간의 축적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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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이야.

너의 무서움이 사라질 때까지,

아빠는 언제나 옆에서 손을 잡고 함께 걸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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