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툰 3화

《치약 중간부터 짜는 당신에게 고합니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오늘 아침도 평화로웠다.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말리고, 스킨을 톡톡 두드리고.

…그런데 그 순간,
등 뒤에서 “또 중간부터 짰네?” 라는 말이 들렸다.

심장이 순간 쿵 내려앉는다.


‘아… 오늘도 걸렸구나.’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언제나처럼 팔짱을 낀

고양이 엄마가 서 있었다.

“이건… 치약이냐, 짜.부.된. 인.생.이냐?”
그녀는 구겨진 치약을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분노와 실망이 반반 섞인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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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오늘만 그런 게 아니다.

거의 매일 치약을 중간부터 짠다.

이유는 단순하다.

편하니까. 빠르니까. 귀찮지 않으니까.
그리고… 뭐, 치약은 어차피 짜면 나오는 거 아닌가?


하지만 고양이 엄마는 다르다.
그녀에겐 치약 하나도 인생 교육의 도구다.

“네가 지금 치약을 중간부터 짠다는 건,
계획도 습관도 없이,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있다는 뜻이야.”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박혔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짠 치약 하나에,
내 삶이 대충 사는 인생으로 진단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말을 아꼈다.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마침내 나온 말은
“다 쓰면 버릴 건데 뭐…”
그마저도 스스로 어이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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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그녀는,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선고를 내렸다.

“다음엔 또 중간부터 짜면, 양치권 박탈이다.”
말하자면 양치 금지령.
생명은 유지하되… 사회적 존엄은 몰락하는 벌이었다.


오늘의 잔소리

“대충 누르지 말고, 바닥부터 정리하자.
치약도, 감정도, 인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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