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툰 4화

《청소기 돌렸다고 청소한 거 아님 주의보》

by 라이브러리 파파

주말 아침이었다.
청소기를 꺼내고 거실을 한 바퀴 돌았다.
카펫도 훑었고, 모서리도 슥슥 지나갔다.


다 하고 나니 이상하게 뿌듯했다.
“됐다. 이 정도면 완벽해.”
나는 외쳤다.
“거실 청소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조용히 다가왔다.


고양이 엄마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테이블 밑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먼지를 발견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끝났다고? 먼지는 지금 시작했는데?”

내 당당함은 무너졌다.
마치 준비 안 된 상태로 시험장에 들어선 기분.


나는 더듬더듬 말했다.

“아… 그건 그냥, 의도적으로 남겨둔 감성먼지…”


고양이 엄마는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말보다 강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청소기는 돌렸겠지.
근데 넌 안 돌았잖아.”


무릎이 풀릴 뻔했다.
그 말 한 줄에 오늘의 모든 에너지가 증발했다.

나는 청소기를 들고 있었지만,
내 의식은 먼지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마지막 선고를 내렸다.
“오늘부터 걸레 인증샷 없는 청소는 무효다.”


잔소리 툰 4편.png

처음엔 그냥 청소하는 흉내만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소리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소리는 있었고, 흔적은 없었다.


고양이 엄마는 단호했다.
“청소는 흔적을 지우는 일이야.
그런데 넌,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삶의 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척’
핸드폰을 들고 ‘공부하는 척’
노트북을 열고 ‘기획하는 척’

나는 너무 많은 ‘척’을 하며 살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청소였다.
나는 청소기를 돌렸지만,
실제로 돌지 않았던 건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날 오후,
나는 걸레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거실을 돌아봤다.
소파 밑, 테이블 다리 사이, 콘센트 주변…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다.

그 일을 하나씩 해내는 동안
기분이 조금 달라졌다.

치우고, 닦고, 정리하면서

무언가가 내 안에서도 정돈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고양이 엄마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확실히 알았다.

오늘은 청소한 날이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야 좀 돌았네.”


오늘의 잔소리

청소기를 돌린 게 아니라,
네가 돌아야 한다.
소리로 때우는 삶은, 먼지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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