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씁니다》 10편

한 줄이 문장이 되는 날

by 라이브러리 파파

한 줄이 문장이 되는 날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가는 장면이 있다.
무심코 넘긴 풍경 속에서,
언젠가 써보고 싶었던 장면 하나가 고개를 든다.
지하철 안에서 졸고 있던 어떤 사람의 흔들리는 손목 위,
희미하게 바랜 팔찌 하나가 내 마음을 멈추게 한다.

그날 나는 핸드폰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팔찌는 오래된 고백처럼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 짧은 문장이,
며칠 뒤 노트북 앞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수집'과 '기록'의 반복이다.
감정 하나, 대사 하나, 냄새 하나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

나는 소설가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불리기를 바란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사는 이들이 그러하듯,
나는 하루를 살아내고
그 하루의 잔해에서 단 하나의 문장을 건져 올린다.

그 문장에는 나의 고단함도, 후회도,
때론 조용한 기쁨도 함께 담긴다.

지금도 커피 잔을 들고 바라보는 창밖은
특별할 것 없는 일요일 오후지만,
어쩌면 오늘도 한 줄은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커피는 결국 식지만,
그 따뜻했던 순간은 오래 남는다.”

글을 쓴다는 건,
그 순간을 오래 남게 해주는 일.
누군가에게는 그냥 하루였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소설 한 편의 첫 문장이 되는 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은 수첩을 꺼낸다.

“평범한 하루가 문장이 되는 기적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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