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진한 국물 앞에서 내가 무너진다.
(배고픈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오늘도 못참고 쓴다.)
우산도 챙기기 싫고,
신발은 벌써 젖었고,
기분은 습하고, 머리도 눌리고.
근데 그 순간,
생각났다.
그리고 조건은 단 하나.
국물 진한 일본식 라멘.
뜨거운 국물이 김을 내며 나왔고
숙주가 한 움큼 얹혀 있었으며
면발은 아직도 꼿꼿했다.
아니 화난것 같았다
비 내리는 날, 이걸 안 먹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아 들어온다
숙주의 아.삭.함.
국물의 칼.칼.함
첫 젓가락.
면이 국물을 품고
내 속을 정면으로 뚫었다.
“아… 이건 라멘이 아니라 치료다.”
곁들인 김치도, 단무지도
오늘만큼은 괜찮은 친구였고
함께 나온 간장 마끼 초밥은
이 세계를 마무리해주는 엔딩 크레딧이었다.
오후 3시 이곳은 브레이크도 없는가?
맛도 브레이크가 없다.
식당 안은 조용했고
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렸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라멘을 다 먹고
국물까지 조용히 마셨다.
장마가 오면 그냥 참지 마라.
라멘집으로 들어가라.
숙주가 쌓인 그릇이 당신을 기다린다.
그리고 먹기전에 말하라.
“이건 못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