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픈데를 세는게 빠를지도!
어릴때부터 허약체질이였던 기억이 난다. 빼빼말라서 진짜 아프리카 난민마냥 뼈밖에 없었다. 못먹어서도 안먹어서도 아니다. 가리는것도 없이 잘 먹었고, 많이 먹었다. 그냥 체질이 살이 안찌는 거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더 병치례도 잦았다.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고, 자라면서도 몸은 예민함 그 자체로 빛났다!
스트레스에 취약했고, 뼈도 약했고, 좋다는건 먹어도 크게 효과를 본게 없다. 운동을 해도 그 운동마저 과하면 나에겐 독이 되었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엄마가 건강하게 못낳아줘서 그렇다고.
내가 출산을 겪고보니 면역은 엄마에게서 오는게 맞다고 하지만 그 면역력은 자라면서 스스로 다시 만들어지는건데 난 일찍이 몹쓸것들을 배워서는 몸을 혹사시켰다. 한참 건강한 것만 넣어줘야하는 그 찬란한 성장기 시절에 말이다. 술을 일찍 배웠고, 덩달아 담배마저 불량스러운 사춘기시절을 보내며 입에 대고는 꽤나 오랜시간을 사랑했다. 원래 잔병치례가 많으니 위가 아파도 , 머리가 아파도, 허리가 아파도 , 목이 아파도, 아랫배가 아파도 그냥! 그냥 아픈거겠지 했더랬다. 위염을 거쳐 위궤양을 겪고, 허리 디스크에, 늘 달고 있던 편도염에, 자궁내막증과 폴립에, 어느순간부터 찾아온 두통까지. 먹는 약이 늘었고 그러면서도 해로운 것들과는 헤어지지 못하고 함께 했었다. 내 머리속 꽈리가 내 앞에 나타난 그날에서야 난 그들과 이별을 고했다,
어디가서 노는건 안빠진다. 술도 져본적이 없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그리 맛있다고.... 담배가 뭐그리 멋있다고..... 그걸 그 쌩돈을 들여가며 내 몸까지 망가뜨리며 좋아한걸까. 천지모르고 나를 사랑한다면서 그 사랑이 내가 하고싶은데로 하고 사는게 나를 사랑하는거라 착각하며 살았던거다. 나를 더 소중히 아껴줘야했는데!
지금도 담배를 피는 사람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까 . 다만 내가 아끼는 내 사람들에겐 내가 겪은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지않아서 건강을 생각해 끊으라고 조언하지만 주위에 단 한명도 그 조언을 들은 사람은 없다. 하하하하하! 웃프다. 하지만 너무나 잘 아는 그마음이다.
내가 담배를 핀건 엄마는 알고계신다. 아-진짜! 못된딸년이다. 진단을 받던 그 날. 엄마는 말은 안했지만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제발 끊으라고 엄마가 그렇게나 부탁했는데!' 하고,,,,
의사의 첫마디가 "담배를 핀거는 아니지요?"였다. 뇌혈관의 큰원인이 흡연이라고 하시면서.
그 오랜세월 사랑했던 담배로 나는 수많은 병명을 얻었고, 생사를 오갔으며, 지금도 진행중이다.
집착같았던 그 사랑이 날 시한부로 만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