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엄마

변하는 엄마가 속상해.

by 안영

우리엄마는 도전하는 걸 좋아한 사람이다. 많이 못배워서 늘 아쉬웠던 우리 엄마는 집에 뭐 하나가 고장나도 혼자 생각해보고 이리저리 끼워맞춰보며 고쳐내는 사람이다. 사람들도 엄마보고 맥가이버같다했다. 나도 그렇게 보고 자라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장난 무언가들을 고쳐보겠다며 밤을 새워본적도 있고, 억지로라도 끼워맞춰 되살려 놓은 것도 있다. 컴퓨터 보급이 늘어나면서 우리집에도 컴퓨터가 생기고,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것들이 많아지자 엄마는 시에서 하는 교육을 들어보려 가셨다. 그렇게 컴퓨터를 배우고, 싸이월드부터 시작해서 젊은 사람들이 하는 그 시대의 sns는 다 섭렵하셨다. 그 땐 뭐그리 다 알고싶어서 그러냐고 엄마도 참 별스럽다고 했었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나는 그 시절, 나만의 무언가를 엄마가 뻔히 다 보게 된는것 같아서 싫었고, 엄마가 친구들과 일촌을 맺고, 친구를 맺어서 소통하는것도 싫었다. 과한 집착처럼 느껴졌고, 친구들 보기에도 민망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인터넷 세상은 더 발전했고, 엄마는 늙어갔고, 계속 세상의 풍파에 엄마는 맞서고 있었고, 엄마의 배움에 대한 열망은 삶에 지쳐 사라진지 오래되어버렸다.

그렇게 엄마는 모르는게 많아졌고, 빈번하게 나에게 그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고, 알려주면 금새 또 잊어먹고는 다음에 다시 와서 다시 부탁한다. 못된 딸년 눈치가 보여서 바로 부탁도 못하고, 반찬하나 만들어서 그 핑계로, 손주한테 과일이라도 갖다준다는 핑계로 우리 집에 와서 넌지시 " 근데 이거 한번만 봐줘. 뭐가 또 안되네..."하며 기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난 다 안다. 다 알면서도 핀잔을 준다.

맨날 이런거는 왜 나한테 와서 그러냐고, 아들한테 가라고!

엄마도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까, 생각도 한다. 안그래야지 한다. 그런데....그런데......

이젠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뭐하나 잘못만지면 혹시라도 더 일이 커져서 잘못될까봐 핸드폰 설정하나도 모르는건 혼자서 안하는 엄마가 너무 속상하다. 엄마의 그 마음이 보여서 화가 난다.

"언제 이리 늙어가지고 아무것도 못할꼬?" 하는데 .....난 또 눈물이 앞을 가려 버럭 소리만 지른다.

그냥 웃으면서 , 뭐가 걱정이냐고, 내가 있는데, 딸이 해주면 되지,,,,하고 말하면 될꺼를!

꼭 해줄꺼면서 성질이나 쳐부려삿고,,,,,, 그래놓고 엄마가 가는 뒷모습 보고는 혼자 질질 짠다.

겁쟁이가 되버린 엄마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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