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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Sep 16. 2024

잔소리 2

아이들 사춘기가 오면 미디어에서는 부모가 그들에게 하는 잔소리를 줄이라고 권고한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면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아이를 키워 보긴 하고 말하는 걸까? 일을 하고 있으니 바깥일 하느라 아이들 못 봐서 그런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한 이들에게 서운한 감정에 생겨 삐뚤어진 마음이 몽글몽글 생긴다.


맞는 말일수록, 듣기 싫고 마음이 아리고 쓰기 때문일 테다. 

'그래, 잔소리를 줄여야지, 다짐을 한 날이 있다.'




사춘기 아이들은 상대방의 말을 듣긴 하는 것 같은데 '네'라고 대답하고 그것을 실행하고자 하거나

변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집안일 중에 가장 뒤로 미뤄두는 일이 무엇인가?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 화장실 청소?

각자가 힘들어하는 집안일이 하나 두 개쯤 있을 거다. 

나는 가스레인지와 후드 닦는 거다.



어느 날 어느 때와 똑같이 

아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본 나의 주방의 더러운 가스레인지와 후두를 보게 되었다.

매일 요리를 하지만 오래 방치된 모습으로 놓인

나의 더러워진 가스레인지를 보면서

‘닦아야지’를 수백만 번 돼 뇌였던 나의 다짐들


알고 있지만

닦지 않고 하루 이틀을 보내,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된 나의 가스레인지


가스레인지를 지긋이 바라보게 되었다.

닦아야 하는거 알지만 계속 미뤄덨던 나의 일.

나의 잔소리는 그런 존재 아닐까?



그래! 다짐했어.

‘내가 가스레인지를 닦는 날에만 잔소리를 해야겠다.’

나도 하기 싫어 미뤄둔 일이 있는데,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땐 나부터 바꾸고 이야기해야겠어.


잔소리를 하려고 할 때쯤 

나의 가스레인지를 한 번씩 쳐다본다.


내가 이러한데

어린 아들에게 너의 길을 바르게 가라고 매일 똑바로 가라고 

말하는 것들이 너무 가혹한 것일 수도 있었겠다 싶은 날이다.



오늘은 가스레인지 닦아야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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