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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 May 18. 2024

35살, 운동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2)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려고 보니 몸이 무겁다.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셋째 임신했을 때보다 더 무거워져 있었다.



맙소사! 나는 죄가 없다.

따뜻한 봄을 기다렸을 뿐인데 5킬로가 불었다.

매달 1킬로씩 차근차근 늘었던 모양이다.



날이 따뜻해지고 좋아졌기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작년의 나를 생각하며 달렸지만 작년의 나와 달랐다.

분명 10킬로 달릴 수 있었던 몸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숨이 차서 1킬로도 못 달리겠다.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당연한 건 없었다.


다시 달리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위해서라도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이어트 방법으로는 내가 했던 달리기를 선택해야겠단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의 운동양으로는 몸무게가 감량이 안된다는 것을 ‘작년의 나’로 하여금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다이어트 정보나 운동 정보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기였다.

운동하는 사람도 적었다.



따뜻하게 보낸 겨울과 야식으로 만들어진 나의 몸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충격과 공포는 꾀나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결혼 전 50킬로 언저리였던 나의 모습은 과거였을 뿐이다.

지금은 평생 보지도 못했던 숫자들을 체중계 앞에서 매일 갱신하는 사람이 되었다.

70킬로 가까이 되니 걷기만 해도 숨이 찼다.

남편이 예쁜 옷을 사준다며 백화점에 데려간 날에 여성복 코너에 갔다.

내게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쇼핑을 갔는데 남자 코너에 가서 옷을 골라야만 했다.

남자 M과 L사이즈가 넉넉하고 편하게 느껴졌다.

편안한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여자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작년에 달리기를 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겨울 동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달리기 5개월 그거 좀 안 했다고 몸이 눈사람처럼 커질 수 있는 건가.

조금만 움직여도 힘든데 이건 대체 왜 이러지?

달리미들 사이에서는 겨울은 운동 시즌오프라 말했다.

달리기 방학이라고 말했는데 방학을 지내고서도 몸이 날렵한 사람은 있었다.

심지어 잘 달리는 사람들은 대체 뭐지?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설마 내게 해준 그 모든 말들이 거짓말이었던 것일까?

그들이 말하는 겨울 방학은, 시즌 오프, 그것은 다 말 뿐이었던 것인가?

이런저런 배신감이 자꾸 들었지만 그건 내 몸에 느끼는 배신감이었던 건 분명하다.


내 몸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이 떨어져서 어서 빨리 운동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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