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를 출산하고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내 몸에서 3킬로 넘는 아기가 나왔는데 몸무게가 임신기간 중에 증량된 그대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산수상으로는 임신 출산 전 몸무게 빼기 아기 몸무게는 현재 나의 출산 후 몸무게여야 하지 않나!
‘그래. 모유수유하면 살이 쭉쭉 빠진다 했어.’
‘모유수유를 하면 살이 빠지겠지.’
모유수유를 해도 살은 단 1킬로도 빠지지 않았다.
이쯤 되니 이런 비슷한 말들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살이 빠진다.’
‘대학 들어가면 남자친구 만들 수 있다.’
이런 말들에 내가 또 속다니.
몸은 몸대로 뿔어있고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져서 이대로 힘들어서 세 아이들을 못 보겠다 싶었다.
찬바람이 뺨에 닿으면 볼이 시릴 때쯤이었다.
그 당시 하루하루 무엇인가를 해내고 있었지만 티가 나지 않는 티끌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매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꾸만 원점에서 있는 느낌이랄까.
육아와 집안일은 그랬다.
열심히 달려도 출발선에 서 있는 느낌.
그 당시 나의 삶은 그랬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의 삶에 점 하나를 찍어보기로 했다.
일주일에 단 하루, 한 시간, 그 시간에 나는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회사일로 바쁜 남편에게 ‘나 운동 좀 하게 빨리 퇴근해서 아이들 좀 봐줘.’
이러는 것이 사치였지만 이렇게 있다가는 아이들에게, 나에게도 좋을 것 같진 않아 용기 내어 말했다.
남편은 흔쾌히 부탁을 들어줬다. 그가 보기에도 내가 무척 안쓰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은 가능하겠지.
연년생 어린아이들을 두고 거창한 운동은 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여유 시간을 낼 수 없으니 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모든 운동에는 시간이란 걸 많이 내야 했다.
나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없었으며 운동복을 사서 입고 온전히 운동에 집중할 정신도 없었다.
내 인생에 무언가 했다는 ‘점’ 하나를 찍기 위해 시작한다.
많은 걸 고려하는 건 사치였다.
문 밖을 나설 때 세 아이들이 울지만 않으면 마냥 고마웠던 시기였기에
아이들이 운다고 연락 오면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운동
그렇게 시작한 것은 ‘달리기’였다.
달리기는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가능한 운동이라고 했다.
결혼 전에 운동과는 담쌓아 지냈는데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변화란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그 지글러-
이 아저씨의 말을 믿고 일주일에 한 번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집 앞에 유수지가 있다는 걸 생전 처음 알았다.
유수지까지 당당하게 걸어가 육상선수가 된 듯이 숨차게 달렸는데 고작 백 미터를 달리고 서서는
“다 달렸다. 숨차서 더 이상 운동 못하겠네.” 했던 그 첫 운동을 잊지 못한다.
그것이 나의 첫 운동이었다.
운동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는 길
“와! 상쾌해.”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나의 첫 운동은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숨차게 뛰는 거였다.
매주 화요일 남편에게 부탁한 한 시간은 그렇게 달리기를 했다.
처음엔 백 미터 달리기 하기도 버거웠는데 1킬로를 달릴 수 있었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 2킬로를 달릴 수 있었다.
점차 거리를 늘려 10킬로를 달릴 수 있으면서 건강을 돼찾았다. 하지만 몸무게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운동하면 살 빠진다면서….’
‘에이, 달리기로 건강을 돼찾았으니 이것만으로도 됐지. 건강이 최고야.’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 달리기로 시간을 보내고 또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다.
달리기로 건강을 찾았고 겨울이 왔으니 따뜻하게 겨울을 집에서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11월부터 추워서 당연히 달리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추운 날 달리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겨울에는 운동을 안 해도 이제 것 해놓은 건강이 쭈욱 유지될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