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링 May 18. 2024

백일 완성 (1)

웨이트 트레이닝

거실에서 빨래를 개키며 눈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을 때였다.

빠알간 짧은 원피스를 입고 매끈한 긴 다리를 뽐내는 연예인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원피스가 몸에 찰싹 붙어 연예인의 몸매를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었다.

빨간색 짧은 원피스가 인상적이었지만 연예인의 몸매가 시선을 압도했다.

몸매가 예쁜 그 연예인은 다이어트 광고를 하고 있었다.



백일만 따라 하면 본인처럼 된다고 이야기했다.

솔깃했다.

그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됐다.



‘저 운동만 하면 된다는 건가? 심지어 달리기와 다르게 백일이라는 기한이 있네?‘

빨간 원피스 그녀 덕에 나는 완벽하게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환상을 꿈꾸게 되었다.


마침 친정어머니께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실 거라고 운동 선생님을 알아보고 계셨다.

우리 집 셋째가 어린이집 입소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어머니께 2:1 피티를 제안했다.

막내가 어린이집 적응을 마친 날 친정어머니와 피티 상담을 받았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는 ‘백일이면 충분하다.’ 말씀하셔서 하루빨리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생각했다.

친정엄마와 나는 상담받은 그 당일부터 운동을 바로 시작했다.



처음 찾았던 의욕과 다르게 운동은 힘들었다.

아이 셋을 어린이집에 힘겹게 보내고 운동을 하러 가는 날이면 소가 도축장에 끌려가는 느낌으로 나는 헬스장으로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어린이집 보내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다 쏟아부어서 운동할 체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틈만 나면 누워있고 싶었다.

가기 싫었다.

운동을 하러 가는 날은 항상 힘겨웠다.

그래도 친정어머니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출석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운동을 같이 한 시점이었다.

친정어머니께서 결석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 한 달쯤 되면 주변에서 말한다.

“살이 많이 빠졌네. 활력이 있어 보인다.”

친정어머니 주변에서도 그랬던 모양이다.

운동이 워낙 힘들었어서 그 말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동시에

‘이젠 운동을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두 달째부터 헬스장에 나오지 않았다.

출석하는 날마다 전화를 드렸는데 하루는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빠지시고 또 다른 하루는 몸이 안 좋다고 빠지셨다.

나도 빠지고 싶었는데 겨울 내내 불려 놓은 몸무게와 체력 저하를 끌어올리기 위해 억지로 헬스장에 출석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본 연예인의 “백일만 나처럼 따라 해 봐”의 백일을 넘지 못하고 그만두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백일만 하자. 백일 완성이래잖아. “


그렇게 2:1 피티를 혼자 받기 시작했다. 피티 선생님은 나에게 오로지 집중하셨다.

둘이 할 때보다 혼자 하니 운동이 힘들어졌다. 쉬는 시간은 짧아지고 운동 강도는 강해졌다.

힘들 때마다 ‘백일완성’을 떠올리며 기어서 헬스장에 갔다.



“운동을 좋아하나 봐?”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운동할 의지가 없어서 의지를 돈으로 샀어요.”

이런 말을 밥 먹듯 할 정도로 나에게 피티는 운동을 배운다는 개념보다 출석의 개념이 컸다.

어떻게든 헬스장에 가면 된다. 백일만 하자.

그 마음이면 되었다.



어쩔 땐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면 나도 같이 울고 싶었다.

나도 헬스장이 가기 싫은데 오죽하면 어린아이들이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까.

우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월화수목금 어린이집에 가는데 나는 어른인데 이틀만 가면 되잖아.’

‘난 어른인데 어른인데 어른인데….. 아이들도 참고 가는데….. 나도 해야지.’

소소한 위로를 나에게 건네었던 것 같다.


매 순간 힘들었지만 이틀 출석을 다 하고 나면 스스로 성취감을 느꼈다.

두어 달 정도 넘어가니 운동을 적응해 가는 느낌이었고 내 몸은 무척 건강해지고 단단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에는 생기와 활력이 넘쳐서 스스로 건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그래, 백일이 되지 않았잖아….’

이전 03화 35살, 운동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