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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Oct 20. 2016

이번 정차역은 여의나루

출근길, 8시 57분

이번 정차역은 여의나루 여의나루.

지하철 문이 열린다. 문이 닫힌다.

시계를 들여다 봤더니 8시 57분.

잠을 못 잔 이유로 정신이 몽롱하다.

살며시 눈을 감는다.


이번 정차역은 여의나루 여의나루.

지하철 문이 열린다.

다시 문이 닫힌다.

시계를 들여다 본다. 8시 57분.


아, 내가 피곤하긴 피곤한가보네.

환청인가, 시간은 왜 또 같은거야.

다시 눈을 감는다.


이번 정차역은 여의나루 여의나루.

또??? 눈을 번쩍 뜬다.

시계를 들여다 본다. 8시 57분.

이게 뭐야, 왜 같은 일만 반복되는 거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지하철 문이 열리면 내리자.

이건 일종의 계시가 아닐까?


지하철 문이 열린다.

곧장 밖으로 뛰쳐 나간다.

계단을 오른다.

너른 벌판에 연두빛 잔디,

유유히 흐르는 한강.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

하얀 토끼가 내게 손짓한다.

시계를 들여다본다. 8시 57분.

나는 똑같은 시간안에 갇혔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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