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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Dec 06. 2022

너는 때 묻지 않은 존재

편견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껴안지



푸디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


지나가는 모든 행인이 그 아이에겐 무해한 사람들이다. 내가 그 아이에게 주는 각별한 애정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제로의 수준으로 만들었을까. 아무래도 강아지도 인간처럼 훈육방식에서 성품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푸디에게 각별한 애정을 주고 있다. 누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회사까지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삶을 택한 건 80% 이상이 푸디 때문이다. 오히려 프리의 삶이 나에게나 남편에게나 훨씬 나은 길이 되었다.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남편의 덜 피곤한 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푸디는 나로 인해 아침저녁으로 즐거운 산책을 즐기고 종일 옆에 있어주는 시간으로 인해 안정감을 얻었다.


때로는 푸디의 표정에서 사람들에게서나 보이는 '자존감'을 보기도 한다.

이건 아마 내가 물고 빨고 왕자님 대접을 해줬기 때문에 생겨난, 푸디 나름대로의 삶의 만족감이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강아지에게도 표정은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귀여워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푸디는(그냥 사람들이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산책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서 인사를 한다. 특히 푸디를 예뻐하면 그때부턴 푸디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면서 행복해하는 아이. 산책을 하는 동안,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하면 시무룩한 표정으로 누군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요즘은, 푸디의 이런 성격은 걱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실 푸디는 아무에게나 다가가는 성격이기 때문에, 정말 가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한다. 나의 편견이 발동하는 순간, 저이는 강아지를 싫어할 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목줄을 살짝 당겨보지만, 소용없다. 그냥 지나쳤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꼭 인사를 하고 지나쳐야 하니 결국 나도 그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분명 내 오해였구나 싶은 사람들도 있다. 겉모습은 그래도 따뜻하고 강아지를 귀여워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딴지를 걸거나 쓸데없는 말로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또 어떤 사람은 강아지가 물면 어쩌냐고 무섭다고 도망까지 친다. 그럴 때면 '네 얼굴이 더 무서워'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상처를 받고도 푸디는 뭐가 그리 신이 난 건지, 또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꼬리 치면 다가간다. 그럴 땐 푸디가 부럽기도 하다. 아무 편견이 없고, 이런 일로 쉽게 상처받지 않으니까. 단단해져야 할 것은 엄마의 몫인데, 난 어째 아기보다 더 연약한 마음을 가진 듯하다.


사실 이런 푸디 때문에 동네 사람들하고 대화를 많이 나눈다. 푸디가 아니었으면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을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으로 내 삶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음도 느끼게 된다. 내 삶이 이정도로 풍요로울 수 있는 것도 다 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푸디는 피곤했는지 쿨쿨 코를 골며 잠만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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