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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Jan 16. 2023

짖지 않는 강아지

느긋하고 상냥한 너

푸디는 쉽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누군가는 도시형 강아지라고 하고, 누군가는 푸디 같은 강아지면 열 마리도 키우겠다고 한다. 푸디를 처음 데려왔던 날을 기억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지 말고 입양하라"라고 말하지만, 그 시절 내겐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나는 지쳐있었고 사랑을 듬뿍 쏟을, 온전히 내 편이어야만 하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기적인 생각이라도 할 수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위로와 위안이 되길 바랐던 시절, 나는 푸디를 만났다.


작은 케이지에 있는 푸디는 손바닥 만한 크기였다. 너무나도 작아서 불면 날아가 버릴 것도 같은 작은 생명체가 나를 향해 몸짓과 발짓을 하며 새까만 눈동자로 말을 걸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그 아이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엄마가 필요한 것처럼. 나는 그 아이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했다.




원룸에서 생활했던 나는, 푸디를 홀로 두고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 손바닥만 한 강아지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것도 걱정이 되었지만, 나는 푸디가 짖을까 봐 더 걱정이었다. 임대인에게 허락을 받긴 했지만, 강아지가 짖는 소음으로 같은 건물 사람들이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내 걱정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푸디는 원룸에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짖지 않았다.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혹시 아픈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수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은 성격이 느긋해서 그런 것 같다고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했다.




푸디는 하울링을 하지도, 낑낑대지도 않는, 정말 그야말로 순하고 착한 강아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푸디가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결혼 전 나는 아파트로 푸디를 데려왔고, 그날은 유난히 택배 아저씨의 택배 놓는 소리가 크게 들렸던 날이었다. 택배 아저씨가 택배를 놓자마자 푸디는, "왈"하고 짖었다. 푸디가 처음으로 낸 소리였다. "왈왈"도 아니고 "왈" 이렇게 딱 한 번. 딱 한 마디.


남편과 나는 너무 웃겨서 자지러졌다. 그리고 아기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말했을 때처럼, 푸디가 대견해 보였다. 푸디를 안고 몇 번을 귀엽다고 쓰다듬어 줬던지.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신비롭다. 푸디는 중저음의 무거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까지 푸디는 매력이 넘치는 아이였다.




얼마 후면 생일인 푸디는 곧 4살이 된다. 4살이 될 때까지 푸디는 딱 두 번 짖었다. "왈" "왈"

그리고 언제나처럼 뭐든 엄마가 하자는 대로 가만히 있어준다.

옷을 입혀도, 신발을 신겨도, 털을 잘라도, 음식을 먹을 때도... 어쩜 이렇게 착하고 순하고 느긋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세상 편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푸디는 지금도 내 옆에서 자고 있다. 푸디를 볼 때마다 나는 정화가 된다. 그리고 사랑을 듬뿍 쏟을 수 있는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것에 감사한다.



푸디, 짖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가 끝까지 지켜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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