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카리아
어디서든 식물가게 앞을 지날 때면, 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식물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정화시켜 준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엄마를 배웅하기 위해 들른 용산역에서, 운명처럼 이끌린 아라우카리아를 우리 집으로 데려온 날, 나는 식물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외목대 하늘하늘한 줄기를 가지고 있는 아라우카리아를 처음 봤을 때, 우아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작은 야자수 같기도 하고, 크리스마스트리 같기도 했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는 지금처럼 풍성하지도 않았고, 화분도 작았다.
식물가게에선 저면관수로 키우고 있었는데, 사장님은 식물을 팔면서 가능하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물 주기를 하길 바랐다. 처음 아라우카리아가 심어져 있던 화분은 작은 플라스틱 포트라 쉽게 저면관수가 가능했다. 집에 데리고 와서 포트에 키우는 동안에는 나도 저면관수로 물을 줬다.
아라우카리아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식물이다.
쉽게 병충해가 생기지도 않고, 물 주기도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서 심각한 똥손이 아니고서야 혼자서도 잘 자란다. 1년 간은 포트에서 키우다가 화분이 너무 작아 보여서 토분으로 분갈이를 해줬다. 토분은 저면관수가 어려워 이후에는 평범한 방식으로 물을 줬다. 혹시 잘 못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더 쑥쑥 자라 풍성한 바늘잎을 보여줬다.
토분의 단점은 물기를 많이 머금어 표면이 얼룩덜룩 해 지거나 곰팡이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통풍이 잘 되는 베란다에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라우카리아의 보금자리가 된 토분은 하얗게 백화현상이 생겼다.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게 이 모습이 더 멋스러워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건 취향의 문제다. 남편은 징그럽다고 싫어한다.
아라우카리아는 소나무목으로 호주 노포크섬이 원산지다. 호주식물이라는 것은 최근에 알게 된 사실. 외형이 삼나무와 비슷해 호주 삼나무로도 불린다. 나무는 실내에서 키워도 2~3미터까지도 키가 큰다.
잎을 만지면, 가시처럼 따끔할 것 같지만, 의외로 부드럽고 연약하다. 실내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인테리어 식물로도 사랑받는데, 특히 겨울철 크리스마스 대용으로 키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우리 집에 온 아라우카리아는 줄기가 너무 얇아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달면 휘청거릴 것 같다. 그저 관상용으로만 만족해야지.
날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새싹이 많이 올라온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목대로 크다가 최근에는 줄기가 두 개로 갈라져서 나온다. 그래서 더 풍성하게 잎이 퍼지는 모양새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우아한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외향적으로 예쁜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내면을 가꿔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내면을 평온하고 넉넉하게 가꾸고 싶다. 수양이 필요하다. 좋은 책도 많이 읽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세상 모든 것들을 가엽게 여기다 보면, 우아함에 가까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