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있으면 좋겠다

회식 후 집으로 향하는 길

by 김효정

필요에 의해 누군가를 찾게되는 건 반칙이지만, 회식을 하거나 야근을 할 때면 그런 생각에 빠진다.

"데리러 와주는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약해진 시간, 갑자기 나타나서 포근한 담요처럼 그렇게 감싸안아주면 좋겠다는 생각.

어떤 목적을 갖거나 심심해서가 아닌, 그저 날 걱정하는 마음하나로 나를 데리러 와주면 좋겠다고.


지난 3월, 김기사를 자청하며 늦은 새벽까지 야근하는 나를 데리러 와주던 사람이 있었다.

"언제든 필요하면 불러요. 김기사가 있으니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지만, 그날은 정말로 비가 주륵주륵 무차별하게 내리던 밤이었다. 미처 우산도 챙기지 못했고, 나는 늦은 밤까지 홀로 사무실에 앉아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 어쩔수없이 나는 그의 문자에, 그럼 와달라고 답장을 보내버렸다. 늦은밤 그는 정말 회사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와주었다. 그때까지도 비는 그치지 않고, 야속하게 또 짓꿋게 퍼부었다.

"정말로 올 줄 몰랐어요. 피곤할텐데, 제가 괜한 짓을 한 것같네요."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편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게 아니라는 것. 이런 기분일까. 그리고 그의 차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공기가 나를 따뜻하게 감쌌다.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친하루의 끝에 고생했다며 누군가 등을 토닥거려주는 그런 느낌.

다들 결국은 누군가에게 돌아간다. 그곳엔 그들의 안식처가 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만들어가야할 이야기가 있다. 가끔은 나도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오늘처럼 밤이 깊고 바람이 차가운 날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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