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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ri Jan 04. 2022

[임신일지] 입덧! 입덧! 입더어어엇!!

예상치 못한 임신 일화


입덧, the villain.


입덧이 왜 예상치 못한 임신 일화냐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 임신을 하면 만삭 때나 불편하겠지 막연히 생각했을뿐 내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임신했고 10달 동안 아기 품고 출산 쨔잔! 일줄..


입덧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영향을 미칠줄은 몰랐다. 5주부터 시작된 입덧은 처음엔 울렁울렁 불편한 정도지만 먹을 수는 있었다. 근데 6주가 되고 7주가 되면서 지옥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출근은 남편이 차로 데려다주었는데 평생 없던 차멀미가 생겨서 죽을맛이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버거웠다. 술도 안 마셨는데 술병 때문에 고생하는 그 느낌이 하루종일 지속되다 보니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더라. 단지 먹지만 못하면 괜찮았을건데(?) 기분도 다운되고 무기력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1대1로 마주하는 서비스직인데 표정관리서부터 상담의 질에 영향을 줄까 조마조마하고 불안했던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 


근데 참 입덧이 웃긴게 조마조마 하며 '아, 나 상담 못할 것 같애! 어떻게' 이러다 상담이 딱 시작되면 또 집중해서 괜찮아진다. 그러다 오히려 쉴 때 다시 사람 미치게 하는 증상이 시작된다. 


입덧에도 종류가 많던데 토덧, 울렁덧, 양치덧, 침덧, 체덧, 먹덧 등등... 


그래도 의학 발전이 참으로 빨리 이루어져 우리 엄마대에는 없던 입덧약(디클렉틴)이라는 게 임산부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 6주즈음부터 진작에 처방 받아 복용을 하는데 약의 부작용인지 입덧 때문인제 몸이 축 늘어지는게 침대를 떠날 수가 없더라. 괜히 장기도 다 아픈 것 같고 몸살처럼. 임신 초기만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몸이 이러니 머리도 마비되어서 (평상시에도 안 읽었지만) 책도 못 읽고 집중도 어려웠다. 입덧약을 먹어 토는 심하게는 안했지만 명치가 답답한 체덧은 약을 먹어도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내내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잘 먹지를 못하니 임신 초기에는 오히려 살이 좀 빠졌고 최대 먹을 수 있는 입덧약 갯수가 하루에 4개인데 3개까지 먹기에 이른다. 4개를 안 먹은 건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괜한 걱정이랄까..?


보수적인 의사 선생님은 임산부들이 입덧약을 먹는 것에 대해 탐탁지 못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 어찌됐건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이 안전하다는 공식 기관의 발표에도) 약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으로 꺼리는 의사샘도 산모도 있다. 


여튼 나는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안전성을 믿고 복용했고 완전히 입덧이 사라지진 않더라도 안 먹는 것보다야 효과는 있었다고 본다. 한 10주즈음부터는 약에 적응해서 아침에 컨디션이 제일 좋고 저녁에는 속이 좋지 않아 소화가 되지 않는 현상이 또 몇주 지속되었다. 그래도 점차 좋아진다고 생각하던 찰나 14주에 다시 입덧이 도져서 정말 너무 좌절스럽고 우울감이 밀려왔다. 


이놈의 입덧 언제까지 계속되냐구우!


덧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면 임신초기의 입덧은 유산율 감소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즉, 태아가 건강하게 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입덧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장기화되면 산모의 우울감을 높이고 영양상태에 악영향을 미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독한 입덧을 경험하다 보니 내가 너무 유난인가, 입덧 때문에 엄마이길 포기한 사람도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다. 학계에도 산후우울증 postpartum depression이라는 진단명은 있는데 입덧 우울이나 산전 우울은 왜 없지? 하며 의아한 정도였으니. 정말 산전 우울, 입덧 우울은 앞으로 정신건강 연구자들이 더 풀어가야할 연구주제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휴, 입덧 the villain. 안타깝게도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15주 때 뭔가 컨디션이 아주 좋아지면서 식욕이 늘어 신나게 먹었는데, 그래서 입덧약도 한알 줄여보았는데, 완전히 편안하진 않다. 사랑스런 우리 아가를 만나기 위해 나의 소화력을 희생했달까. 


어느날 80대 우리 할머니랑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먹고 싶은게 있냐고 물으신다. "할머니 아직 없어. 입덧 때문에 죽을맛이야"라고 하는 순간 할머니는 첫째인 아빠를 임신했을 때 입덧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을 마구 쏟아낸다. 6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입덧의 고통인가보다. 


입덧약이 없던 그 시절의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께 모두 존경을 표하며 그리고 입덧약이 있어도 고생하는 현재의 엄마들을 위로하며 글을 마친다. 



21.01.04.

Bloori




* 출처 : 메디칼트리뷴(http://www.medical-tribune.co.kr)


**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180213085100017 / https://www.yna.co.kr/view/AKR20201016060500009?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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