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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ri Jan 13. 2022

[임신일지] 입덧약 끊고 지옥을 맛보다.

입덧약의 소중함



지난주 산부인과 진료 하루를 앞두고 입덧약이 똑 떨어져서 본의 아니게 하루를 건너뛰었다. 16주라 안정기에 접어든 때였고 보통의 산모들이라면 입덧이 좋아지는 시기라 호기롭게 하루쯤 안 먹어도 괜찮겠지! 이제 입덧약 끊을 때도 됐지! 하며 아침 한 알, 밤 한 알 먹던 입덧약을 단 하루 안 먹은 게 사단이 날줄이야. 


그날 아침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점심에 담당 주치의가 응급 분만으로 40분 대기해야 한대서 근처 공원도 한참을 산책하고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다 느끼며 입덧약 끊어도 되겠네! 하고 있던 찰나... 저녁부터 분수토가 시작되었다. 


말로만 듣던 분수토... 일단 나는 토하는 걸 정말 정말 싫어한다. 가장 최근에 끔찍한 토의 기억은 18년도인가 외국 친구들이 놀러와서 하루에 막걸리, 와인, 보드카, 위스키 등 온갖 술을 다 섞어 먹고 숙취로 고생한 거 였는데, 이번 분수토는 더 지독했다. 


입덧 때문에 구토를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참을 수 있었고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근데 이번에는 갑자기 참을 수 없는 토가 쏟아지듯 나오느라 숨도 막히는 줄.... 마침 고요의 바다를 보고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물토 처럼 나왔다고 보면 된다..(스포 패스) 그래도 이왕 이렇게까지 된거 입덧약을 끊어보려고 오늘 하루만 참자하는 오기가 생겼다.


그런데 휴.. 그날 저녁 먹은 것, 토해서 나름 전해질 충전하려고 마신 이온음료, 철분제까지 모조리 토하고 그 다음날 공복에 마신 포카리, 오렌지 주스까지...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처방 받은 입덧약을 다시 먹으니 오후부터는 먹어지고 토를 안한다...! 


와우, 입덧약의 위력이란. 


그냥 계속 먹더라도 삶의 질을 찾아야지 이렇게 토하면서 지내는건 몸도 마음도 상한다 싶었다. 


입덧약 열심히 먹을게요. 

이제 정신 차리니 글이 써지네요. 



21.01.13.

Blo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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