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치타!"
할리우드 영화 타잔에서 그의 우렁찬 포효만큼이나 많이 들었던 이 대사는, 침팬지 치타를 부를 때였다. 치타는 늘 타잔 옆에서 기쁠 때나 슬플 때, 심지어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놓였을 때에도 그를 구하기 위해 나타나는 구세주와 같은 활약을 보인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둘은 인간과 침팬지라는 종(種)이 다를 뿐, 오랜 시간 함께 해오며 희로애락을 공유 한 가족이다. 나에게도 이런 가족이 있다. 올해 나이 20세. 미니핀 품종의 암컷 미니가 그 주인공이다.
고등학교 2학년의 겨울 방학이었다. 아버지는 거래처에 밀린 돈을 받으러 가셨다. 그런데 공장 주인은 야반도주를 한 상황이었고, 집기와 값나가는 기계도 남김없이 팔고 떠나 허탈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서야 했다. 그때 공장 입구 개 집 앞에 묶여 있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추운 겨울 앙상한 몸으로 떨고 있던 그 애가 미니였다. 밥그릇에 먹을 것도 없이, 외진 공장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두고 올 수 없어 데리고 왔다고 하셨다.
내가 데님을 하기에 용의 하도록 서울로 거처를 옮길 때 함께 온 가족은 미니였다. 노견에게 주변 환경이 바뀌는 것만큼 큰 스트레스는 없다. 하지만 고맙게도 잘 적응해 주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늦은 저녁, 아니 새벽이 되어 퇴근해 오면 자다가도 일어나 나를 반겨 주었다. 지난 1년간 수술 전까지 보존 치료를 하면서 미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이것은 내 몸이 아파서 가질 수 있었던 최고의 혜택이다.
되돌아보면 아침 출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 손바닥 위에 올려 주어야 식사를 하는 미니에게, 급하게 밥을 먹이는 날이 많았다. 그러면 여지없이 노란 위액이 섞인 토사물이 카펫 위에 생겼다. 그런데 일을 그만두고 쉬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미니의 처지가 보였다. 하루 12시간 넘게 혼자 집을 보면서 내가 올 때까지 아무런 투정 없이 기다리는 삶이 너무 처량했다. 하물며 이젠 백내장으로 눈도 안 보이고 다리까지 불편한 상태인데, 먹는 게 큰 낙인 그 애의 아침을 그동안 존중해 주지 못한 것이다. 나의 편의로 인해 미니가 받았던 고통을 마주했다.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티스푼으로 작게 손바닥에 올려 천천히 먹게 해 주었다. 그 이후 음식물을 토하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길에 놓치고 갔던 소중한 가족. 내 동생 미니와의 시간에 대해 깨닫게 되어 기쁘다. 나보다 더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삶,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이 하는 날들의 중요함을 알기에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미니가 동행하는 나의 데님 로드가 더없이 귀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