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데님을 시작하고 일을 하는 초반에 내 옷장 안은 단 3벌의 청바지만이 있었다. 종류는 신축성 좋은 스판이 들어 있는 스키니진이다. 연청, 진청, 검은색 이 세 가지 색상을 부지런히 돌려 입었다.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나 소재 그리고 핏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이나 정의가 없었다. 단지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면을 추구했다.
" OO는 옷장에 어떤 옷이 제일 많니? "
데님 프로모션 사장님께서 입사 후 내게 물었던 질문 중 하나다. 아마도 내가 입고 오는 데님의 종류가 획일적인 것에서 기인한 질문이라고 추측한다. 사장님은 늘 다른 데님을 입고 출근하셨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재킷과 데님을 갖춰 입은 말쑥한 서울 사람의 표본이랄까? 브랜드 영업을 다니셨기 때문에 늘 세련된 상태를 유지하려 하셨다. 그런 분의 눈에 비치는 내가 입는 데님은 어떠 했을까? 아마도 너무 단조로워서 따분했을 것이다. 데님 회사에 디자이너로 입사한 사람이 입는 옷이라고 하기엔, 백번 양보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거다.
내 옷장의 데님 분포도는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니며 접하는 다양한 데님과 패셔니스타인 사장님의 출근 착장 데님은, 그야말로 알아야 보이는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모르는 브랜드와 알고는 있지만 한정판으로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보통의 데님도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늘어 났다. 관심이 늘고 알고 싶어 지니 보이지 않던 부분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통해 출퇴근하는 시간 속 나의 눈은, 어느새 늘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있었다. 시선은 상의를 빠르게 스치고 하의로 내려온다. 신발과 양말을 따라 위로 올라가 마침내 엉덩이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이 시선은 추행의 목적이 아니라는 거다. 맹세코 데님의 옷의 균형이 잘 나타나는 위치가 엉덩이라 생각하여 저절로 눈이 따라갔던 거였다. 이렇게 열변을 토하며 말하는 이유는 혹시나 오해를 사더라도, 입체적인 엉덩이를 보는 일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뒷주머니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힙의 볼륨과 up & down의 당락을 결정짓기에,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입는 데님의 뒤태에 호기심을 꺼트릴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엉덩이만 보는 여자'의 서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