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바람이 검은 바다를 깨운다
잔잔함을 버티던 수면이 동요한다
하얀 파도가 어선의 키를 훌쩍 넘는다
노련한 어부의 구릿빛 팔뚝이 바다에 닻을 던진다
닻이 희미한 바닥을 긁으며 자리를 잡는다
어부의 배가 파도의 칼질 사이에서 요동친다
암초 사이에 숨은 닻이 숨죽인다
젤리 같은 해초가 닻을 간지럽힌다
바위틈의 문어는 검은 바다의 소란을 알지 못한다.
세찬 바람에 높은 파도로 흔들려도
바다가 위엄을 잃지 않는 것은
심해의 깊은 무게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장착하고 살아가는 초록별 여행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