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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Apr 04. 2022

출근하기 싫어 몸부림 치는 중이야

- 엄마 머 해? 뭐 하고 있어?.

- 지금 카톡으로 보내는 주소가 엄마가 어제 나에게 말했던 칫솔 주소야. 여기서 사면 될 거야

- 응 고마워 딸

- 엄마는 뭐 하고 있었는대?

- 티브이 보고 있었어.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시즌 2의 3부 오스트레일리아편 보고 있는 중이고 서점이야기야. 대형 서점이 아닌 작은 서점들, 궁금해서 시즌 1 정보도 찾아봤는데, 2019년 10월에 4부작이었고, 이번에도 4부작이네. 1부 네덜란드, 2부 영국, 3부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4부는 그리스 야. 오늘 3부인데 너무 늦게 발견해서 거의 끝자락만 보고 있는 중이야. 재방송은 4월 5일이라고 해서 그때 다시 보려고 달력에다 크게 동그라미로 표시해두었어.

- 그럼 저번에 내가 엄마한테 사준 그 책도 서점 이야기던데 비슷한 건가?

- 응 서점이 주 배경인 건 맞아.네가 사준 책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을 보면서 일주일 동안 행복했는데, 이 프로그램 덕분에 그곳을 여행하면서 서점 투어를 함께 하는 느낌이 들어 더 좋았어. 시즌 1에는 너랑 같이 같던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도 있더라고. 요즈음 우리 동네도 골목골목마다 독립서점이 짠 하고 나타나고들 있어서 엄마의 골목길 탐험을 더 신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중이어서 너무 좋아. 송은이표 착한예능 북유럽도 늘 본방사수했는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 요즈음 예능은 누군가를 관찰하는 내용이 너무 많은것 같어.

- 그러게 엄마랑 갔던 부산여행 즐거웠는데 취업하고 나니까 많이 못 다니는것 같어. 부산도 제주도 여행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어. 그래두 꼭 다시 같이 가자 엄마 


- 너는 뭐 하고 있는대?


- 낮잠 좀 자고 저녁 먹고 동네 산책 갔다가 넷플릭스로 영화 한 편 보려고 편의점에서 과자 사는 중이야. 엄마 잠깐만 기다려봐. 계산 좀 하고~~~

- 응 천천히 해. 기다리고 있을게.

- 이제 됐어. 엄마 통화 계속해도 돼

- 근데 너 제습기 샀어? 엄마가 밀키트 사려고 들어갔다가 구매 목록에 있어서 물어보는 거야.

- 그거? 같이 근무하는 선배님 생일 선물로 산거야. 다른 선배님이랑 둘이 부담해서, 그러고 보니 에어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네. 올여름은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더운 것 같네. 엄마 나 이제 집에 들어왔어. 옷 좀 갈아입고 다시 전화할게.

- 응, 바로 전화 안 해도 돼. 영화 본다며 통화 내일 해도 되는데~~~


출근하기 싫어 몸부림치는 중이야


- 엄마~~~

- 응. 영화 좀 봤어? 낼 출근하려면 쉬어야지

- 미드 조금 보다가 눕고 싶어서 침대에 누워있는 중이야. 요즈음 감기약이 품귀 현상이라 잔어. 우리 회사 제품도 불티나게 팔려서 다음 주에 공동 연차인 날도 근무를 하라고 공지가 내려와서 너무 짜증이 났어. 남자 친구랑 여행 가려고 했는데 모두 다 취소했어. 싫다. 이게 직장인의 삶인 거야? 같은 실험실에서 코로나로 직원들이 많이 빠져서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실험하고 있지만 해도 해도 일이 쌓여서 너무 피곤해

- 에구 우리 딸 피곤해서 어쩌니.

- 지금도 출근하기 싫어서 방구석에서 몸부림치는 중이야

- 엄마는 그 몸부림에서 졸업했는데 사회 초년생인 우리 딸은 이제 시작로구나.

- ㅎㅎ 정말? 엄마도 출근하기 싫은 때가 있었어?

- 그럼 매일 그랬지. 한 동안은 좋을 때도 있었고 끝에는 싫은 때가 더 많았고, 나중에는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퇴사했잖아~~


 글이 안 써져서 빈종이 위에서 몸부림치는 중이야.

- 일을 그렇게 좋아하던 엄마도 그랬구나. 그래도 지금은 글을 쓰면서 재미있다고 그랬잖아.

- 그랬지. 그런데 글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잖아.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뚝딱 한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늘 낮에도 책상에 앉았는데 글이 안 써져서 몸부림쳤어. 진정성 있는 노력은 1도 안 하면서 글을 쓰겠다는 욕심만 가득했지 뭐니.

-그랬구나. 그럼 내가 엄마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줄게. 다음 주에 가보고 싶은 전시회 찾아봐~~

- 그래 알았어 울 딸 고마워. 살바도르 달리전이 아직도 하고 있으려나.


그런데  설마 나랑 동생 이야기 쓰는 건 아니겠지?  

- 아니 그게~~~ 너희들을 재물 삼아서 글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뭐야. 그럼 우리 흑역사 생기는 거야? 그럼 우리 지분은 있는 거야?

- 지분? 지금껏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주고 그걸로 퉁치려고. 대신 너희들 이름은 밝히지 않을게. 그리고 다음 주에 보러 갈 전시회 티켓 엄마가 구매할게.커피도,밥도,말만 하시옵소서.

- 그럼, 음~~~ 일단 엄마 하는 거 봐서~~~그리고 엄마 지금은 우리가 엄마 아빠랑 놀아주고 있다는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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