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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언제까지 웃으면 돼요?

글쎄, 재능이 없어도 어쩌겠어요.

by 이븐도





"하기 싫으면 다른 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안 맞는 일 하면서 인생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겠어요?"


교육 전담 선생님이 내게 한 말이다. 정확히 저 문장들일 리는 없으나, 하기 싫으면 / 다른 일 / 안 맞는 일 / 인생 낭비 / 아깝다.. 중요한 말들은 다 기억이 난다. 그러니 대충 의미는 동일하다. 비닐 가운을 입고 1인실에 서 있는 게 너무 땀이 찼고 지쳤던 걸로 미뤄 봐서 7월이나 8월이었다.

2022년. 나는 22년 봄부터 이곳에 출근했다.






걸어 놓았던 사복을 입으며 왜 이렇게 힘든지 생각했다.

답을 말하는 데는 이 초도 안 걸렸다. 야. 너무 많이 웃어야 돼. 개같아. 그리고 동기는 흐흐흐 하고 그런가, 했다. 그렇긴 하지. 아. 좀 고운 말을 쓰려 했는데 입가가 떨릴 정도로 배가 고팠고 기운이 없었다.


이게 연예인이랑 뭐가 달라? 유니폼을 입는 순간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며 시선이 집중되고, 싫어도 웃어야 하고, 좋아도 (좋을 일이 잦지 않다는 게 문제다) 웃어야 했다. 이 모든 게 쇼였다. 숙해질 때가 되었는데도, 아주 쉽지만은 않았.






웃고, 목소리를 높여 (목소리를 꾸며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와 퇴근길에 전화를 하다가 아는 보호자를 마주쳐 인사를 한 적이 있다. 다시 전화기에 대고 입을 열었을 때 친구는 자기 동생이 길바닥에서 우습게 넘어지는 걸 목격한 것처럼 웃고 있었다. 야, 왜 웃어. 아니, 내 친구의 비즈니스잖아. 너 그렇게 일하는구나? 아학학학. 아, 진짜 웃겨. 어떡해애.. 뭘 어떡해. 아무튼 그랬다) 이것저것 말을 걸고 대답하면서 오만 일들을 쳐내야 했다.


친절하게 구는 건 내 할 일 목록에 없다. 그런데 그건 '신규' 때나 하는 생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눈웃음을 치고, 공감을 흉내 내는 비언어적 표현을 하게 된다. 그게 아니면, 나는 '저 간호사 이름 뭐예요?' '방금 이거 호출벨 받으신 분 누구예요?' 하고 나를 찾는 성난 보호자들의 색출 대상이 되니까.




그나마 여긴 기업 병원이 아니라 친절을 독려하는 병원 차원의 캠페인도 없고 그런 분위기 조성도 덜한 편이다. 하지만, 그런 직원을 칭찬하고 포상 (명예 말고 돈으로 주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나는 선정된 적 없다. 짬도 적고.. 아. 연차가 더 찬다고 해도 그걸 내가 할 수 있다는 그런 뜻은 절대 아니다. 아무튼 그분들은 대단하신 분들이 백 번 맞다) 하는 제도가 있는 걸 보아, 어디서나 이 직종에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가 '친절'과 감동 선사, 임은 분명하다.

아, 쓰다 보니 더 싫다. 싫은 건 싫은 거다. 노력하면 되잖아. 내가 좋아할 필요까지는 없다.




연예인은 돈이라도 잔뜩 받지. 물론 나에게는 그런 외모와 영향력 등등이 없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한여름 땡볕 더위에 나 보러 올래? 대신 니가 14만 원짜리 밥도 사주고 오가는 것도 다 니가 알아서 해야 해. 장소는 당연히 내가 정하고 니가 어디서 오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차가 끊길 수도 있지만 택시비도 니 부담이야, 라며 약속을 잡는다면 누가 나를 보러 오겠다고 할까. 엄마 아빠도 조금 고민할 것 같은데.들은 그게 되는 사람들이다. 난 아니고.

아무튼 친절은 내 적성이 아니다. 늘 노력할 뿐이다.






적성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시도되는 건 여러 성격 검사들이다. 해리포터 기숙사 테스트와 별자리, 혈액형 성격설부터 MBTI와 애니어그램에 이르기까지 한 개인의 특성이 이 사회에서 어떤 색으로 표출되는지 묶어서 드러내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 번인가 두 번을 제외하면 다 비슷한, 같은 유형이 나왔다. 나는 내가 이 검사들을 내가 속으로 외워 버린 건지, 답변하는 것조차도 고착화된 것인지 늘 의심하면서 답을 고른다. 안 한지 꽤 되어서 이제는 정말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같은 게 나와서 참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좀 달랐으려나 생각했는데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시행한 검사지에도 같은 유형이 쓰여 있어서 약간 질린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나 변하지 않는다니, 그 짧지 않은 시간 대체 어떻게 산 건지 고집 한 번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다 의미 없는 유사과학이라 하고, 뭐 나도 딱히 거기 반박은 할 수 없지만 아주 무용지물은 아니다. 병동 사람의 절반 이상이 특정 유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건 실제 입사 전 합격자 단톡에서 나름 냈던 통계치와도 일치했다.

물론 전체 한국인 중 그 성격유형인 사람의 비율이 애초에 높을 가능성도 배제는 못 하지만.. 싫다 싫다 때려치운다 말들은 하면서 그들의 유형에 적합한 직종에는 간호사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아니었다.




성격검사가 지겨운 이유는 거기에 있다. 아,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나 같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잔뜩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건 아주 좋았다. 그러나 대표 인물들이나 추천하는 직종 리스트를 읽자 반 바퀴쯤 돌아간 욕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능력치는 뛰어나나 절대 성격이나 사람이 좋다는 소리는 못 듣는 유명인들이 많았다.


친구는 내가 이과가 아닌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러게, 멍청해서 어쩔 수 없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친구가 할 말이 없을까 봐 참았다. 그러게 하면서 허허 웃었겠지.

못하니까 못 거야.



아니, 나 능력 없는데. 보통에서 좀 미달일 때가 엄청나게 많은 전반적으로 딸리는 인간인데. 정말 내 성격이 저기 쓰인 거랑 비슷하다면 나는 그냥 모자란데 성격 나쁜 사람이잖아.

딱히 맞다고 인정하기는 싫은데, 다른 유형 설명을 읽을 때처럼 거슬리는 점이 그렇게나 많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할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아하. 나는 정말 모자라고 성격이 나쁜 사람이구나. 여기 나온 장점들은 딱히 해당사항이 없는 걸 살면서 누차 확인했으니 내 단점들이 안 드러나게 잘 살아야겠구나. 한 줄 한 줄이 잔소리였다. 아, 지겨워.






코로나가 아직 전 국가적으로 무시무시한 질병일 때라 입원이고 퇴원이고 갖은 난리를 치면서 받고 보내야 했다. 일반 환자들이 쓰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어디 뒤쪽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단독으로 쓸 수 있게 어딘가로 미리 연락을 하고, 보호자에게 어떤 안내를 드리며 짐을 보내고, 밥은 어떤 비고란을 어떻게 입력해서만 발행된 식이여야 했다. 그게 아니면 보호자는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예민한 문제들인가. 문제는 나는 그 환자 한 명을 보는 게 아니었고, 갓 들어온 신규였으며, 내 성질을 이 바쁘고 답 없는 병동의 상황에 겨우겨우 맞춰 가는 상황이었다.


1인실에 있던 다른 친구는 산소포화도가 73까지 떨어져서 도대체 회복이 안 되고 있었는데 보호자 한 명은 대체 집에 언제 보내줄 거냐고 계속 스테이션으로 나와 나를 닦달했고, 저쪽에서는 애 주사 좀 빼 달라고 생뚱맞은 간호사를 붙들고 말하고 있었다. 분명 퇴원 직전에 빼 드리는 게 원칙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는데.



참는다고 꾹꾹 참으며 일단 퇴원 안내문을 앞에 놓고 퇴원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한바탕 푸닥거리하듯 일을 하고 스테이션으로 돌아오자, 교육 간호사 선생님이 전산 앞에 앉은 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선생님, 그렇게 일하면 일 다 해 주고도 욕먹어, 그럼 선생님만 손해잖아요. 보호자에게 퇴원 안내를 하던 내 모습을 말하는 건가. 그랬겠지. 병동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아닌 적이 없었지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내 눈에는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는 대혼돈의 장 같아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정신없고 무례하고 본인만 알고 경우가 없으며 악다구니 같을 수가 있을까.






부끄러움을 잔뜩 느끼고, 눈물이 차오르면 고갤 들어, 속으로 한 번 부르고.. 아마 그 말은 했던 것 같다. 이게, 맞는 사람도 있어요? 아마 그분은 어이가 없어서 웃으셨겠지. 그다지 시원한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더 맞는 일이 있을 수도 있죠, 라든가 뭐 그런 답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쎄. 아, '적절치 못한' 모습을 잔뜩 보였구나 생각했다.


어쩌겠는가. 간호사 자격증 있으면 뭐 해. 병원에서 구른 경력 없이는 아무 쓸모가 없는데. 적성이고 나발이고 다 사치스러운 고민이었다. 몇 천만 원 들여서 졸업했는데, 그걸 스스로 종잇조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그즈음부터 뭔가를 '찍어 바르고' 출근했다. '그런 거 바르고 올 시간에 공부나 더 하세요'라고까지 하는 사람들은 일단 이곳에 없는 것 같았다. 뭐라도 발라 상대적으로 멀끔한 얼굴의 나는 그런 응대에 좀 더 힘쓸 수 있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렇다고 정말 무슨 가면 쓰듯이 두꺼운 화장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랬다.

다행스러운 건 나는 성격이 나쁘고 타고나길 친절하지 못한 대신 몸은 빠르다는 점이었다. (손은 느렸지만) 학교 다닐 때 피구를 하면 나는 항상 '최후의 1인'이곤 했는데, 그건 내가 공을 잘 던지는 등의 요주의 인물이 아니라서 상대편의 관심 밖이었던 점과 그런 주제에 피하긴 잘 피한다는 점이 합해진 결과물이었다.


예민하고 몸이 가벼워서 내가 보는 환자가 서성거리거나 그쪽의 콜벨이나 전화가 울리면 누구보다 빨리 받았다. 그건 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차피 신규는 일을 못하니까 시도하는 모습이라도 잔뜩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몸이 그렇게는 따라 줘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뭐.. 그때보다는 여러 모로 나아.. 졌겠지? 흠.






한마디, 미소 같은 걸 결괏값으로 내기 위해 다들 노력하는 줄 알았다. 물론 노력한다. 정말로. 저절로 되는 사람이 어딨어. 병동의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다 애인이나 최애 멤버나 배우나 뭐 그런 존재도 아닌데. 그런데 대강 느끼긴 했다. 아, 나는 이러기 위해 95 정도가 필요하고 누군는 25 정도가 필요하구나.

내가 당연히 잘못 짚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그런 상황에 그런 말을 그렇게 자연스럽고 빠르게 해 줄 수 있는지 놀라울 때가 있다. 많았다.






예쁘고 키도 크고 날씬하고 친절하기까지 한 그녀. 나는 그녀를 보며 친절도 재능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도 나름 굉장히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겠지만, 나라면 도무지 했을 법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서 나는 차원이 다른 자괴감을 느꼈다.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별 것 아닌 언행이었으나 그것대로 충격이었던 사실만은 남아 있다) 어떻게 그래,라고 물으니 그녀는 내가 뭘 말한 건지조차 알지 못했다.


재확인한 거나 다름없다. 아, 저건 재능이구나. 재능이다. 나에게는 재능이 없었다.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단점은 적게 드러나고 장점은 그나마 살릴 수 있게 애써야 하는 것이다.






사회생활. 다들 싫은 걸 웃으면서 견뎌낸다는 말이겠지. 스몰토크, 웃음, 미소, 아이스 브레이킹, 식사 후의 커피 한 잔. 오프 날 다른 동네의 점심시간 카페에 앉아 있으면 열두 시가 조금 넘은 시점부터 테이크아웃 잔을 든 직장인들이 잔뜩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밥을 먹고 저렇게 돌아다닐 여유가 있다는 것 자체를 부러워했다. 지금은 진짜 돈 아깝고 싫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출근한 지 삼 년이 다 되어가고 이 병동의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려 하지만, 유니폼을 입기 전부터 엘리베이터나 병원 바깥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는 건 정말 너무 싫으니까. 친하든 안 친하든 상관없다. 그냥 그 옷을 입기 전까지는 영원히 외부인이고 싶다.




데이 근무 중 열한 시부터 한 시까지,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예전에는.. 밥도 못 먹고 일하네. 아. 뭐 그런 생각도 하긴 했다. 이젠 아니다.

별로 궁금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 밥을 먹고 가끔 휴대폰을 봤다가 또 반복하는 그 짓을 구태여 하느니 그냥 병동에서 일이나 하는 게 낫다. 상대편도 마찬가지겠지. 그리고 어차피 바쁜 건 똑같잖아. 그들에게 친한 척을 하고 그 친분을 소중히 여기는 대가로 돈을 더 받지는 않지만, 미치게 바쁜 병동에서 애써 구축한 친근함이 나를 한 번이라도 도울 손길을 주긴 하니까.






그래서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어, 엠비티아이 E 아니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그리고 가끔 내 어떤 점을 칭찬한 그 카드를 받을 때. 내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서다. 간혹, 아니야. 쟤 I야,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등장하면 아차 싶다. 더, 잔뜩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왜요용, 어디가 그래 보이는데용, 하면서 묻고 답을 얻어낸다. 다음엔 저 부분을 메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아. 밥 벌어먹기 쉽지 않다. 진짜. 병원 바깥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이런 단어가 나온 거 아닐까.



내 적성이 뭔지는 모르겠고 이제는 그런 것을 진지하게 찾을 때는 지났다. 비록 여기서 요구하는 적성이 없는 것도 확실하지만, 일단은 내게 돈을 주는 곳은 여기니까. 나는 그것에 맞게 생활해야 한다.

이곳에서 가능한 기간까지는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애쓰고, 준비가 된다면 다른 곳으로 그놈의 적성이나 특성이 맞게끔 떠나야겠지.






적성, 적성이라. 아니다. 모르겠고, 나는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다. 웃고, 표정이 무서워 보이지 않게 애쓰고, 그런 인상을 가진 것 같으니 말이라도 먼저 걸어야 한다.

병동은 미친 것처럼 바쁘다. 보호자들은 내가 바쁜지 안 바쁜지 알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처럼 두더지잡이 인형마냥 튀어나와서 본인 애 먼저 봐 달라고 앞다퉈 나를 찾는다. 나, 인기가 많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설날까지는 브레이크도 없다. 이런.




역시 한 번 더 인정하니 쉽다. 나는 이곳에서, 잔뜩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다. 적성? 잘난 점? 특성? 있으면 뭐 하나. 발현되지 못했는데. 캐내지 못해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적성 같은 건 어차피 있어봐야 어디 써먹지도 못할 만큼 미미한 것이라는 의미니까 별로 쓸데가 없다.


되는 걸 하자. 다시, 웃고, 말 걸고, 빠르게 움직이고, 그래도 진심으로 대하고. 그게 내가 살아남는 방식이다.






여담이지만, 유형 설명 중 심심찮게 '이 모든 단점들을 사실 자랑스러워한다'는 문장이 껴 있는 경우가 있다.

응. 아니야. 사실 내가 좋아하고 있나?라고 곱씹어 생각한다. 아니야. 나는 싫어. 덜 싫은 내가 되도록 노력할 거야. 정말로. 이런 단점들은 좋아할 수가 없다. 남들이 나를 보는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모습의 격차가 클수록 우스꽝스러워진다. 무색무취의 조용한 사람이고 싶다. 이미 그렇긴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짜치게 우스운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절대.. 절대 안 돼.






+


팬사인회에 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적지 않은 돈을 쓴 사람들이다. 출근하기 싫어요, 그럴 때 보게 한 마디 해 주세요, 라는 한 팬의 말에, 출근해야지. 앞으로 살 날이 많은데, 너한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지. 출근해야 돼, 라며 한 멤버가 말하는 영상을 봤다.


아니. 여기서 뭘 더 어떻게 도움이 되게끔 사는데요, 어이없네. 라고 진심으로 화가 날 뻔하다가, 네. 그래요. 짜증나니까 열심히 살게요,라고 생각하면서 뭘 진지하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했는데.. 너무 깊게 고민 안 해도 될 것 같다. 꽤 애쓰면서 살고 있잖아. 매일매일의 출근이 챌린지다.




오늘까지는 별로 안 춥다고 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두 바퀴를 뛰었다. 10 이라는 숫자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작은 마라톤이라 하더라도 5km보다는 10km는 뛰어야 하지 않겠는가. 수십 번을 돈 똑같은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만큼을 달리는 건 그래도 느낌이 다를 것이다.


나는, 내일도 모레도 친절하겠다는 각오로 -너무 싫지만 어쨌든 나는 여기서 돈을 벌고 있으므로- 이걸 견디는 만큼 친절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씹으며 열심히 뛸 것이다. 컴백도 얼마 안 남았대잖아. 공연장에 서서 '아, 나 열심히 살았다'를 느낄 날이 머지 않았다구. 거기서 '아, 좀 더 할 걸' 하는 후회를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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