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땡그리엄마 Apr 19. 2020

엄마 과학자 생존기 - 22

일하는 부모에게 전염병이란...

22. 일하는 부모에게 전염병이란....



바야흐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감염증과의 전쟁이 벌어지는 시절이 와버렸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진화]라는 만렙 능력치를 보유하여 인간 유저를 좌절시켜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신종플루와 메르스를 거쳐 이젠 코로나-19라는 초사이언이 되었다. 

항바이러스제를 연구하는 이들이 혹여라도 심심할까, 

혹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한 신의 배려인 건지....

대학원생들에게 빅엿을 선사하고 싶었던 신의 장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전 세계에 코로나 19는 엄청난 damage를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사태는 필자로 하여금 퇴근 없는 삶을 살게 만들었으며,

전 세계의 양육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중이다.

그래 구구절절 글을 늦게 쓰게 된 이유를 적어 보았다.

앞서 표현한 것처럼, 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another 양육자들과 동일하게.....

필자는 출퇴근 시간과 밥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인간의 삶을 포기한 육아 지옥에서 지금 허우적거리고 있다.

(양육자들이여 지금 당장 돌봄 쿠폰으로 영양제 링거라도 맞기를..... 쿨럭...ㅠㅠ)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마스크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귀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살면서 손 소독제 구하는 게 힘들어지는 것도 목격했다.

그러나 필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필자의 집에는 손 소독제와 덴탈 마스크와 황사마스크가 늘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엔 결국 비싼 가격에 새로 구매했다ㅜㅜ)


엄마 아빠가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고,

엄마 아빠의 가족들이 집에서 2-3시간 거리에 떨어져 살고 있으며,

그러한 관계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라는 기관 돌봄을 통해야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던 우리 가족에게 감염병은 절대로 걸리면 아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기관 생활을 하는 경우, 등원을 할 수 없는 특정 감염병 (=전염병)이 존재한다.

기관에 다니는 경우, 입학과 동시에 이런 안내서를 받는다.

뭐 구구절절 적혀 있으나, 내용은 간단하다.

우리네 상식선에서 전염이 가능한 모든 감염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 

의사의 진료소견서를 제출해야 하고, 등원 가능하다는 확인서와 함께 등원한다.

또한, 해열제 복용으로 control 되지 않는 고열이 있는 경우, 돌발 상황을 대비하여 기관에 보낼 수 없다.

즉, 가벼운 감기나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제외하곤 사실상 등원이 안된다는 결론이다.

등원이 안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부모 중 누군가는 출근을 할 수 없거나,

혹은 출근을 해야 한다면 각종 찬스를 동원해야 하는 비상 돌봄 시국이 도래한다는 내용이 된다.


이렇게 법정 전염병에 아이가 걸린 경우, 기관에 절대 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른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일을 하는 경우 이때 참 곤란해진다.

법정 전염병이 전염력을 잃는 시기가 대부분 발병 후 일주일을 잡기 때문이다.

즉, 부모는 최대 5일을 출근을 할 수 없다.

사실 휴가를 낼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비상 돌봄을 위해 정부에서는 긴급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긴급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기관에 다니는 아이가 법정 전염병에 걸린 경우, 긴급으로 아이를 케어할 수 있도록 돌보미 선생님을 매칭 시키는 서비스이다. 아이가 기관에 다시 갈 수 있는 시기까지 케어를 해주며,

심지어 이용금액의 50%도 보전해주는 매우 좋은 제도이다.


필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센터에 직접 연락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는 당일 수족구의 사촌인 헤르판지나(수포성 구내염)를 확진받았고,

하루의 연차를 쓰며 센터에 연락을 해 긴급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요구했다. 

남은 4일간 아이를 케어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의 이 매우 급박한 상황을 말하자 서비스 연결하는 담당자는 매우 당황했다.

긴급 서비스가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어머니 지금 선생님이 없어서 바로 매칭이 어려우세요~다음 달 초에나 가능하세요~"

"제가 아이가 법정 전염병에 걸린 경우 긴급 서비스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확인해보시고 매칭 해주세요. 저희 애는 지금 헤르판지나에 걸렸고, 다음 달에 아이가 헤르판지나에 걸릴걸 미리 알고 신청하는 제도는 아니지 않나요?"

"아... 긴급이 있다고요? 어머니 제가 알아보고 연락 다시 드릴게요~"


...........

처음 필자가 긴급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던 2016년 4월......

필자는 살면서 공무원과 통화 후 뒷목을 잡는 신박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담당자가 모르는 제도를 이용자가 찾아서 알려주는 경험이라니....

그래도 이 덕에 이 센터는 긴급 아이 돌봄 서비스를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지역에서 거주하는 기간 동안 몇 번 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이 긴급 아이 돌봄 서비스는 지자체마다 제공이 다양했다.

처음 경험한 지역의 서비스는 전산화되어 있어서, 이용자가 웹으로 혹은 어플로 신청이 가능했다.

신청 후 담당자와 확인 전화 후, 매칭을 해주어서 매우 편하게 이용했다.


지금 거주 지역으로 옮겨오고는 이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신청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기관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후 신청을 하는 것은 지역 제한이 없었다.

그런데 필자가 이사 후 이 지역에서 웹에서 신청을 하니 담당자에게 바로 전화가 왔었더란다.

취소하라고....

이유인즉슨 전산화가 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본인 지역에서는 전산화를 이용하지 않고 수기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무조건 전화 신청인데, 자신들이 내가 신청한 것을 반려할 수 없으니 나더러 취소하라 했다.

빡쳐서 결국 이용하지 않고 사설 업체에 돈 더 내고 긴급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이후 다시 지역 센터에 연결해서 이용하려고 하였으나,

그다음 연락했을 때에는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자기네 센터에 방문해서 작성하지 않으면 일주일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연락해주었다.

전산에 이미 개인정보 활용동의서와 기타 서류를 모두 등록하고 이용자 등록을 마쳤는데 어째서 서면을 다시 작성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본인들은 전산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중앙에서 뭘 만들면 뭐하나...

지역에서 안 하는데....


그래서 나는 당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포기했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센터에 방문한다고 하면 집에서 차로 30분 이동을 해야 하는데,  

평일 낮 시간에 심지어 회사에서 출발하면 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위치가 회사 - 집 - 센터 순이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사인 한 장을 위해 반차를 내고 가고 싶지 않아 때려치웠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깔끔한 포기를 선택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필자와 필자의 배우자가 알고 있는 온갖 지식을 총동원하여, 

아이가 전염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온갖 짓을 하며 살고 있다.


감염병은 사실 답이 없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인간과 살아온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워낙 레벨업이 잘 되어 있고,

아이들의 경우 워낙 감염병에 잘 걸린다. 그래 현실이 그러하다.


사실 본인은 과학자이지 의사는 아니다.

기본적인 감염에 관련된 약물 개발에 대한 연구에 대해 수업을 들었고,

예방 약학이라는 수업을 통해 환경이나 식품 등을 통해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은 있으나, 본인이 감염병을 치료하는 의사는 아니다.

의사는 아니지만, 아주 기초적인 약학 수업을 통해 일상생활 내에서 최대한 감염병을 예방하는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다.


기침 조심, 마스크 필수, 수건은 각자, 식기도 각자, 손은 수시로 씻기, 손소독제 있음 땡큐


이런 방법을 통해 우리 부부는 아이를 키우며 되도록 감염병 걸리는 일 없이,

우리가 또 전염되는 일을 최대한 예방하며 살아왔다.

뭐 각자도생인 셈이다.

도움을 받을 수 없기에, 아프면 안 된다는 간단한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 부부가 생각할 때 아이들이 감염병, 특히 수족구, 장염, 헤르판지나, 유행성 결막염 감기 등에 취약한 이유는 아이의 성장 특성과 매우 밀접하다 보인다.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를 서로 공유한다.

침을 뚝뚝 흘리며 까르르 거리는 유아기에는 특히나 촵촵 침을 바른 손으로 서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지 입에 넣은 장난감, 친구 입에 넣어주고, 엄마 입에도 넣어주고, 아빠 입에도 넣어주고...

콧물이며 침이며 서로 치덕치덕 바르고 뒹굴고 까르르 거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시기가 존재한다.

이러한 시기에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그렇게 밤늦게까지 장난감과 보육실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병에 걸린다.

선생님의 애정 어린 소독은 아이들이 서로 입에 손 넣어주는 것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개인적인 생각이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는 아이들의 아픔으로 끝나지 않는다.

친절한 아이들은 감기나 혹은 장염에 걸린 채 엄마 아빠에게 부비부비 침을 칠해주고...

지 침 묻은 손가락이나 혹은 주먹을 엄마 아빠 입에 친절하게 넣어주기도 하고....

본인이 사용한 숟가락이나 포크로 음식을 찍어 엄마 아빠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어쩜 이런 효심 갸륵한 일인지....(아플 땐 아프더라도 혼자는 아프지 않겠다는 갸륵한 마음이랄까....)


그래서 우리도 같이 아프곤 했다.

이러한 일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우리는 성장했다.

최소한 너만 아프고 엄마 아빠는 좀 살자라는 심정으로,

손소독제 잔뜩 사서 수시로 닦였다.

애도 닦고 물티슈로 닦고.....

매일매일 집에서 행주를 삶거나 혹은 아이의 물건을 삶을 수 없었기에 뿌리는 소독제 (=장난감 소독제, 락스 등)와 에탄올이 쌓여 있었고,

이 코로나 시국에 얼결에 기존 확보한 소독제와 마스크, 그리고 생활 수칙으로 무사히 연명 중인 듯하다.


코로나 19는 우리의 삶을 많이 바꾸어 주었다.

우리 아이는 그동안 엄마 아빠에게 매우 잔소리를 받았던 장염 바이러스와,

세균에 이어 새로운 바이러스 친구를 알게 되어 잘 써먹고 있고,

마스크 쓰기 무지 싫어했지만, 이젠 잘 쓰고 다니게 되었고,

손을 씻는 것의 중요성, 위생에 대한 중요성, 손소독제의 중요성 등을 알아가고 있다.

엄마, 아빠가 밖에서 식사를 하며 습관적으로 물티슈로 상을 닦는 이유도 알아가고 있다.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인간의 삶과 멀어져 사는 것 자체가 어려운 만큼,

차라리 되도록 이것과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알게 된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점점 이과화 돼가는 게 소름 돋을 뿐, 뭐 별 수 없는 변화라 생각한다.

암튼 아이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올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어서 개학이 되길 바란다.

이제 손도 잘 씻고....

친구들이랑 장난감 서로 입에 넣으면 안 되는 것도 알고 있고....

저..... 바이러스에서 5,6,7세는 그나마 안전하지 않을까 싶은데...ㅠㅠ

제발 개학 좀.......

엄마도..... 제발...... 퇴근이란 걸 하고 싶다....ㅠㅠ


작가의 이전글 엄마 과학자 생존기 - 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