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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문학도 May 08. 2022

경쟁에 빠진 창업 로맨스

Zero to One, 트위터 마피아 대부

 구글에서 '퇴사짤'을 검색하면 수많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그 모든 이미지는 마치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 이 세상의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전설의 이누야샤 퇴사짤


 하지만 그렇게 떠나게 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템플 스테이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내면을 바라보며 지내게 될까? 아니면 뜨끈하고 향긋한 휴양지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햇빛을 쐬고 있을까?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퇴직한 직장인의 70%는 다시 일터로 돌아온다. 그게 회사든, 자영업이든, 창업이든, 알바든 말이다.



 '욜로족' 이후 '파이어족'이 유행하는 지금, 우리는 20~30대부터 은퇴를 꿈꾼다. 부동산과 주식 폭등 이후 일부 사람들은 그 꿈을 이룬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꿈을 꾼 채 일터로 나간다. 2022년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은 은퇴 후 사업이나 창업계획을 꿈꾼다. 무려 5년 전인 2017년 사람인 설문조사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창업을 꿈꿨다.



 이처럼 창업은 원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직장인의 베스트 선택지로 보인다. 은퇴와 상관없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다. 그런데.. 창업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만약 스타트업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창업을 창업해야 한다고?


 피터 틸은 페이팔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에어비엔비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전설적인 사업가다. 실리콘 밸리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가들 사이에는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는 무리가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뿐만 아니라 링크드인의 리드 호프먼, 유튜브의 스티브 첸 등 페이팔 창업자와 초기 멤버들이 미국 스타트업 세상을 다해먹고 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그중 피터 틸은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를 맡고 있으며, 구글 초기 투자자이자 최근 가장 주목받는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의 창업자이고, 심지어 비트코인을 투자하라고 지속적으로 말해왔던 사람 중 하나다. 이더리움 창업자는 피터 틸의 장학금까지 받았다. 그의 선견지명은 어마무시하다.


 그런 피터 틸은 단 하나의 책을 썼다. 바로 'Zero to One'이다. 제목을 직역하면 "0에서 1로"다. 느낌부터 뭔가 창조적인 갬성이 느껴진다. 책 내용과 함께 피터 틸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통찰을 알아보고자 한다. 대체 실리콘 밸리 마피아 대부는 무슨 말을 할까?


2014년 발간되어 재판되었다


 어떻게 기업가가 성공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과학이 아니라 모든 곳에 적용할 수도 없고, 수학처럼 공식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 한 개의 정답, 적어도 몇 개의 정답을 원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모방하지 않는 것이다.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가 2022년 한국에 있다면 그는 검색 엔진인 구글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도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벤치마킹 해야하는 것은 아이템이 아니다. 2022년에 구글을 모방하고 페이스북을 따라한다면 이들의 성공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좋은 산업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있었기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탄생했다. 대답을 찾는 과정이 어려워보이지만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실 나름대로의 답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천재성이 아니라 용기다.



경쟁은 의미 없다


 피터 틸은 경쟁하지 않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성공한다고 착각한다. 진짜 경쟁을 맛보고 싶다면 식당을 창업하면 된다. 죽어라 경쟁하지만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분야다. 대단한 기업들은 경쟁 없는 분야를 독점한 기업들이다.


 시장의 한 분야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신들을 독점 기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부와 대중의 미움을 받기 때문이다. 그들은 엄청난 경쟁을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경쟁이 강한 분야일수록(음식 산업 등) 경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독창성과 독자적인 소비자 덕분에 경쟁 없이 우리만의 영역을 독점하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 같이 죽는 무한경쟁 시대


 사람들은 사회적인 신호에 민감하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다', '성공하기 어렵다', '좀 다르다'라고 반응하면 쉽게 그 말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슷한 도전을 한다. 식당을 여는 셈이다. 그리고 경쟁 속으로 들어간다. 경쟁 속에서 자신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은 심리적인 안정도 느낀다. 평생을 경쟁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경쟁에 중독되어서는 안 된다.


 사업을 할 때, 큰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크기가 아니라 높은 점유율이다. 때문에 창업은 작게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이제는 유명해진 '블루오션 전략(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 전략)'과 유사하다. 아무도 세우지 않은 회사, 아직 안 만든 제품, 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본 적 없는 디자인은 무엇일까?


 이렇게 작은 시장을 목표로 하는 행동은 싱거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페이팔도 창업 시 이베이 파워셀러 2만 명이 주 타깃이었다. 페이스북도 1만 2천 명 하버드 학생이 소비자였다. 너무 작은 시장이라서 사업계획서를 들이밀었다면 절대 투자 받지 못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두 시장 점유율이 50%에 가까웠고, 이것이 바로 전설의 시작이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배워야 한다.



트렌드에서 도망쳐라


 사람들이 말하는 트렌드는 항상 과장과도 포장되어 있다. 즉, 대부분의 트렌드는 과대평가되어 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이러한 단어들을 들으면 도망치라고 피터 틸은 말한다. 마치 포커 속 블러핑(거짓 배팅)과 같다.


최근 트렌드의 총 집합


 유행어가 있는 곳에는 실제 비즈니스 차별화 기회가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진출해 있다는 증거다. 물론 유명한 사업분야는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더욱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그 분야에 우리가 1000번째 도전자라면 우리는 1000명과 경쟁해야 하고, 우리의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다.


 저평가된 위대한 스타트업은 보통 어떠한 분야에 속해있지 않다. 그들의 일을 한 마디로 설명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창업자조차 자기 사업을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미심쩍음과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성장한다. 기존 카테고리에 사업이 얽매이면 안 된다.


 초기 구글도 자신을 '검색 엔진 회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구글은 기존 검색 엔진 회사와 달랐고, 검색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컴퓨팅 네트워크 회사였다. 하지만 당시는 이를 적절하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페이스북도 소셜 네트워크라고 했지만 당시 소셜 네트워크는 가상의 인물로 소통하는 플랫폼이었다. 자기 자신을 최대한 보여주는 현재 페이스북은 당시의 개념과 달랐다.



너무 알면 못 한다


 피터 틸은 페이팔을 시작했을 때, 금융과 결제 분야에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며 거래 사기도 많아 좋지 않은 사업 모델이라고 충고했다. 페이팔 창업자들은 '본인 확인 인증'을 도입해서 사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창업을 시작하자 정말로 거래 사기가 많았고, 당장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불똥이 떨어졌다. 결국 페이팔 창업자가 금융 전문가였다면 문제점이 뻔하게 보이는 이 사업을 시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터 틸은 또한 사업을 위해 창업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기존의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때 창업을 해야한다. 대기업, 정부, 비영리 단체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팀이 필요하다. 시험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창업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업의 목적이 정해진다면 어떻게 좋은 팀을 꾸릴지, 필요한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지가 가장 큰일이 된다. 미국에서는 매년 2만 명의 사람들이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헐리우드로 간다. 열정과 재능을 갖춘 2만 명 중 0.1% 정도만이 성공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확률 게임에서 자신을 차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마지막으로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안다는 착각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보는 것, 독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것, 팀으로서 움직이는 것이 어둠 속 미래에서 빛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피터 틸의 모든 말이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존하는 사업가 중에 가장 높은 확률로 성공을 거두고 지금도 미국의 스타트업을 이끄는 대부인 그의 조언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창업가는 0에서 1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항상 통찰과 아이디어에 목마를 수 밖에 없다. 피터 틸의 말은 잠시라도 목을 축이게 만드는 소중한 자원이다.




[참고자료]


https://www.outsourci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845


http://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267220


https://youtu.be/Rp2EyAwo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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