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헉! 엄마 그거 왜 하는 거야? 싫어하는 사람이야?"
내가 문자를 주고 받는 걸 옆에서 보던 딸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싫어하는 사람이냐니, 그때 나는 친구와 문자 중이었다.
"엄마 친군데 왜?"
"그런데 그거 왜 붙이는 거야?"
딸이 말하는 그것은 바로 말 끝에 붙이는 웃음 '^^' 이 표시였다.
이게 왜?
^^ 이 표시는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지어지는 미소의 대표 이모티콘이자 평범한 말이라도 끝에 붙여주면 쓰는 이의 다정함과 친절함을 더해주는 만능의 표시가 아니던가.
"엄마, 요즘 그 표시는 상대방 말 무시할 때 쓰는 거야."
"무슨 소리야? 이 웃음 표시가 어떻게 무시하는데 쓰는 거야? 이렇게 귀여운데?"
딸의 설명에 의하면 요즘 아이들은 말 끝에 ^^ 붙이면 상대방을 말을 무시하고 잘라먹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친구들끼리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응 그래^^" 이렇게 보내면, 속 뜻은 "됐고 그만 꺼져."라는 뜻이라나.
말 그대로 웃으며 '멕이는' 느낌으로 ^^ 표시가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문화충격이다.
나는 한때 문자 뒤에 ^^붙이지 않으면 뭔가 어색하던 때도 있었다. 너무 냉정해 보이는 건 아닐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신경쓰여 꼭 붙여쓰던 눈웃음이 요즘 아이들에겐 무시하는 뜻이라니.
요즘 ^^ 뜻을 모르는 건 나뿐만이 아닌 듯 웃지 못할 헤프닝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모양이다.
학교 선생님에게 문자를 받았는데 선생님의 문자 마지막에 ^^ 표시가 달려 있으면 아이들이 깊은 고민에 휩싸이곤 한단다. 선생님의 ^^ 때문에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결국에 또래 커뮤니티에 선생님의 문자를 공유해서 상담을 하는 지경까지 온다.
"저 선생님한테 찍힌 건가요?"
아이고, 얘들아!
내 또래가 분명한 선생님의 다정함이 가득 담긴 ^^ 표시의 뜻을 모르고 고민을 하다니.
이쯤되면 나도 내가 그동안 수없이 써오던 ^^ 표시를 뒤돌아보기 시작한다. 내 친구들이나 또래에게 썼던 건 오해가 없겠지만 (실제로 친구들에게 요즘 아이들의 ^^ 뜻을 알려주자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대가 어리거나 누구인지 모를 때 썼던 ^^ 표시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요즘은 문장 끝에 ^^보다 :)를 많이 쓴다는 걸 알긴 했지만 ^^를 주로 써오던 나에게 각기 다른 버튼을 두번씩 눌러야 하는 :) 표시는 어쩐지 귀찮아서 ^^ 표시를 굳이 쓴 적이 많았는데......
설마, 설마...... 오해하는 사람은 없겠지?
나에게 ^^란,
다정함과 친절함을 가득 담은 진실의 미소가 맞습니다.
하, 그나저나 이렇게 조금씩 아이들과 불통이 되어가는 '낡은이'가 되어간다는게 참으로 서글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