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첫걸음
두려움 뒤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가까이 다가오지 않아도
내 마음은 언제나 먼저 흔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말없이 찾아온 감정 하나가
나에게 작은 숙제를 건넸다.
피하거나 숨을 수 없는,
오직 나만 풀어야 하는 마음의 문제.
나는 그 앞에 조용히 앉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두려움의 그림자 속에서도
아주 작은 빛이 남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크게 내딛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흔들리는 발끝을
앞으로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그 작은 움직임이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했다.
첫걸음은
누구에게 보여줄 필요 없는
아주 사적인 용기였다.
그리고 나는
그 용기를 오늘의 나에게 남기며
또 한 걸음, 마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