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주말 누리기

4월 30일

by 감성토끼

반짝반짝한 가게와는 달리 집은 청소할 시간도 없어서 엉망이었다.

가게에 파묻혀 정작 제일 소중한 아이는 늘 뒷전이었다.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 늘 아이는 혼자였고, 그로 인해 많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의 현실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언젠가 자영업자의 워라벨 실태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딱 내 이야기였다. 주말이라고 딱히 평일 하고 다르지 않다.

매일매일이 똑같은 날의 반복~ 주말이 없는 내 삶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진짜 우리의 매일매일은 같은 날들의 반복일까?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는 같은 날일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나인 것일까? 이런 철학적 고찰까지 하게 된다.


주말은 출근 시간이 두 시간 늦고, 퇴근 시간은 한 시간 빠르다.

그래서 나만의 주말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집에서 가게를 출발하는 그 사이에 배다리 생태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공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만보 걷기를 할 수 있게 해 준 일등 공신이고, 내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나를 잡아준 고마운 공원이다.

내가 그래도 운이 좋은 건, 막힌 공간 속에서 종일 보내는 나에게 선물과 같은 공원들이 가게 가까이, 또는 집 근처에 항상 존재했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주말 아침이면 출근하기 전 배다리 생태공원으로 향한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푸른 잎을 자랑하는 나무들, 하루에 두 번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저수지와 나무 그네가 나를 반긴다.


그네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의 흔들림을 느끼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명상을 듣기도 한다.

그날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가수의 가요를 들을 때도 있고, 편안하고 차분한 클래식 소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흔들리는 그네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기고 저수지의 윤슬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아침에 30분 정도 있다 보면 마음도 깨끗해지고, 일주일의 피로도 날아가는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주말 아침에 누리는 30분의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이 그네야말로 나의 주말 아침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인 것이다.


그네에서 본 배다리 저수지


사람에게는 정말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안 좋더라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즐거움을 찾고,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존재가 인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행복은 바로 내 마음속에 언제나 있다.

내가 슬프고 우울해서 온통 비구름으로 뒤덮여 있는 그 순간에도 파란 하늘이 늘 그 자리에 있듯이, 행복도 항상 내 마음속에서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주말에는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이렇게 행복을 찾아 하루를 보내곤 한다.


어느 자영업자의 주말 나기는 추운 겨울이나,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주말도 없이 일하는 언니와 누나를 안타까워하는 착한 동생들은 그래서 늘 여름휴가가 되면 나를 위해 여행을 떠난다.

© tekhnika, 출처 Pixabay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숲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휴양림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빛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 어느 마을로, 삼국시대에 만든 저수지가 있는 고즈넉한 곳으로, 연꽃이 눈부신 어느 연못가로, 물 빠진 갯벌에서 소금을 솔솔 뿌려 맛조개를 잡을 수 있는 서해안의 한적한 마을로 일부러 시간을 정해 여행을 다닌다.


그곳에서 숯불에 구운 맛있는 바비큐를 먹으며, 밤이면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꽃을 피우다 온다.

삼 남매 맏이로 태어났지만, 늘 챙김을 받고 사는 것만 같아 동생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블로그 댓글 중>


- 주말 세 시간을 빼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감성토끼 님, 정말 현명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언니, 누나를 위해서 마음을 쓰는 동생 분들도 정말 좋은 분들인 듯...

- 자영업이 창살없는 감옥이더라구요.ㅜ 행복은 내 마음에 있다는 말 공감되네요. 조금 시간조정하고 즐거운시간 갖는것 중요하네요.

- 감성토끼님의 생활이야기에서 많은 점들을 배우게됩니다.

자영업하시는 분들의 노고.

워라밸이 잘 지켜지지 않아 힘든 점.

자녀양육의 어려움과 미안함.

그렇지만 강한의지로 잘 꾸려오셔서 지금 이렇게 에세이로 감동을 주시고 계시는거죠

게다가 나만의 시간을 내어 자신에게도 행복한 여유를 주시는 지혜가 참 귀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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