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15평 감옥에 나를 가두다

5월 7일

by 감성토끼

지나온 나의 세상 이야기가 아름답고, 따스하기만 했을까?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빛과 어둠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 이리라.


딸을 데리고 이병원 저 병원 헤매고 다닐 때도 무너지지 않았던 내가, 스스로 만든 15평의 감옥에 나를 가둔 적이 있었다.

내 마음속 따스함이 빛을 잃어 온통 잿빛 투성이 세상 속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이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물건을 사지도 않고, 무턱대고 만져 대고 망가뜨리는 그 모습들이, 500원 들고 와서 사람 진을 빼놓는 그 행동들이, 하나하나 거슬리고 짜증이 났다.


그러니, 아이들을 대하는 내 태도가 어땠을지 안 봐도 뻔하다.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했던 것 같다. 내 못난 마음을 아이들에게 풀었던 것 같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내게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냐고 말렸다.

그 소리를 들을 때까지 나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못난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때 나는 너무나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러지 않았을까?

쉬는 법을 모르는 남편 때문에, 나도 덩달아 그 페이스에 끌려 들어갔어야 했으니 말이다.

남편은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일을 하면서 활력을 얻는 사람이라면, 나는 쉬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이었다. 조용한 나만의 방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남편에게 맞춰 생활했으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남편과 자꾸 어긋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짜증 났고, 남편이 꼴 보기 싫었고, 나중에는 손님들도 보기 싫었다.


© dre0316, 출처 Unsplash


나는 그때만 해도 사람이 나이 들어 갈수록 저절로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줄 알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세월이 흐르면 그냥 생기는 건 줄 알았다.

저절로 경제적인 풍요도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그저 열심히 착하게만 살면 그 모든 게 알아서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정말 미련하게 성실하게만, 착하게만 살아왔다.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작은 가게만 열심히 지키며 살아왔다.

휴일도 없이 쉬고 싶을 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친구 한번 맘 편히 못 만나고 그렇게 살아왔었다.


그때까지의 내 삶은 주체적이지 못했고, 홀로 뭔가를 한다는 게 참 힘들었다.

그냥 삶은 열심히 사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나쁜 짓 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평범하고 뭐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스스로의 위안이라도 없으면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 klimkin, 출처 Pixabay


하지만, 경제적인 풍요도, 삶의 이치도 그 무엇도 얻지 못한 게 현재 내 삶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의 믿음마저 무참히 깨져 버리는 마음 아픈 일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내 삶은 온통 우울했고, 암담했고, 허무했고, 절망적이었다.


그렇게 내 세상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길을 잃었다. 사춘기 시절보다 더한 방황을 했다. 어떤 날은 소리 없이 울었고, 다른 날은 소리 내어 울부짖었고, 마시지 못하는 술을 마셨고, 그냥 답답해서 미친 듯이 걸었다.


그 와중에도 가게문은 열어야 했기에,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면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뛰쳐나가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얼굴에 가면을 쓴 채로 일상생활을 해야만 했다. 마음속은 이렇게 지옥인데도 아이들을 대하고 물건을 팔 수 있다니 그럴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렇게 마음속에 구멍이 뻥 뚫렸고 나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 15평 스스로 만든 감옥 안에 나를 가둬버리고 말았다.




내 마음은 온통 잿빛 이건만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여전히 평화롭고, 행복하게 무지갯빛으로 영롱하게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괴로운 시간들을 하염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헛되이 나이 먹진 않았는지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게 답이 아님을 알았고, 그때부터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삶이 무의미할 때, 삶이 힘들 때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다 많은 책들, 동영상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구나 알게 되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어쩌면 영롱해 보이는 저 사람들의 삶 속에도 누구나 힘든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나도 누군가의 눈에는 행복한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힘이 되는 명상들을 찾아 매일 아침저녁으로 듣게 되었다.



<블로그 댓글 중>


- 이해가 가죠... 어찌 가지 않을 수가 있나요.

마음이 지옥이고 아플 때에도 일은 계속 해나가야 하고.... 돈은 벌어야 하고... 생활은 이어져 나가야 하니까요.

쉽지 않으셨을 하루하루.

저에게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기에 더 이해가 갑니다.

저는 직업은 없었으나 그래도 눈은 뜨고 아이들을 돌보고 매일매일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저를 자꾸 가두게 되더라고요...

그 시간을 뚫고 나왔음 자체가 축복입니다.

- 감성토끼님도 그 동안 마음고생 많으셨네요.

저도 힘들때는 세상사람들이 다 나보다 행복해 보이곤했죠...

시간이 흘러 지금의 삶이 옛날보다 더 많이 좋아진건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거 같아요.

"평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라는 말처럼요

감성토끼님, 잘 이겨내셨고 이제 행복가득하세요~^^

- 찰리채플린이 그런것처럼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거에요.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해보여도 다들 삶의 무게를 이만큼씩 짊어지고 사는거겠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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