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영혼의 반쪽 같은 이쁜 딸이 하나 있다.
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마음이 먹먹해진다.
일부러 딸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자주 올려왔다.
내 마음속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내어 가볍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딸"이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나는 항상 아프고 안타깝고 미안하고 애잔한 그 무게와 슬픔에 사로잡힌다.
언젠가 우리 딸 이야기를 제대로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야 내 맘대로 쓸 수 있지만, 딸의 이야기는 그럴 수 없지 않겠는가!
나중에 세월이 흘러 딸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하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 가고 있는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그런 사람이기에......
자영업을 하는 부모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일반 맞벌이 부부와는 다르게 쉬는 날이 제대로 없는 자영업자 부모를 둔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남편과 문구점을 하면서, 별 보며 집에 들어가는 게 일상이었던 터라 아이는 집에서 늘 혼자 외로움을 감당해야 했다. 형제자매가 있었다면 덜했을까?
저녁은 배달 시켜 먹거나, 혼자서 차려 먹어야 했고, 밤 12시까지 엄마 아빠가 집에 오지 않으면 텅 빈 집안에 혼자 있는 게 무서운 적이 많았다고 나중에 딸에게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외로움은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를 점점 잠식해갔다.
선생님들이 OO 이가 학교에서 말을 안 해요~, OO 이가 쉬는 시간에도 밖에 나가 놀지를 않아요~ 하는 걱정을 하셨을 때도 그냥 별일 아니려니 하고 넘겼다.
학창 시절 딸의 별명은 얼음공주였다.
웃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들하고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생긴 별명이었을 거다.
그런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쓰러졌다는 거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가 툭하면 아팠고, 나는 온갖 병원을 전전해야만 했다.
그런데, 검사를 해봐도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아이의 마음이 아팠던 거였다.
지금은 오은영 샘 같은 훌륭한 상담 선생님들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아이들을 위한 상담 선생님들이나 상담치료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경기도 안산에서 한성대 입구까지 상담을 받으러 다녀야 했다.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딸은 스스로 많은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심리학 관련 책이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 딸이 읽었던 책들을 내가 읽고 쓴 리뷰들이 블로그 <딸과 함께 읽은 책> 카테고리에 기록되어 있다.
© StockSnap, 출처 Pixabay
독립하면서 떨구고 간 딸의 책들을 보며 그때 딸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 나갔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눈물을 훔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마음이 아프면 그 고통은 그대로 몸으로 나타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아이는 늘 아팠다. 아픔과 고통은 그냥 친한 친구와도 같았으리라.
딸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아픔을 잊기 위해, 거리에서 버스킹을 했다.
버스킹에서 어떤 사람들을 대면했고, 어떤 일들을 겪었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뭔가 제대로 꿈을 펼치려고 하면 약한 몸이 아이의 발목을 잡았다.
길을 걷다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아이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많이 울었다. 딸을 데리고 온갖 병원을 떠돌면서 느꼈던 그 암담함과 그애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일부러 마음 깊숙이 봉인해 놓았던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아팠다.
다 잊었고 색이 바랜 기억인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그때의 고통들이 그대로 느껴져서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몇 번이나 지웠다 썼다, 그냥 빼버릴까 어쩔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딸의 이야기를 제외한 나의 세상 이야기는 그 의미가 없기에 그냥 넣기로 했다.
나의 가장 큰 소원은 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냥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 하면 정말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시련 속에서도 강인해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이다.
다행히 이런 평범하지 않은 상황들이 아이를 단련시켰던 것이었을까? 딸의 정신력만은 빅터 프랭클 박사 못지않은 것 같다.
이 이야기들은 과거형이자 일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지금 딸은 예전보다는 건강하게, 스스로 건강해지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하면서,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딸아이가 처음으로 작사 작곡하고 부른 <별>이라는 노래를 나는 좋아한다.
내 핸드폰 벨 소리도 이 노래로 저장되어 있다. <별(you're my star)>
매일 똑같이 어둡고 차가운 밤
보이지 않는 길을 거닐다
어느 날 처음으로 빛나던 별 하나
어느새 내 눈에 담겨진 하늘
조용히 한걸음 다가가서
손을 뻗으면 널 잡을 수 있을까
넌 까만 밤하늘 밝혀준 별
너 하나로 세상이 특별해지는 걸
You're my star and my light,
my everything
널 따라 발걸음을 하나 둘
내딛다 보면
모든 게 다 선명해져
너처럼
떨리는 맘으로 내민 두 손을
다정한 빛으로 감싸 안아준 너
넌 까만 밤하늘 밝혀준 별
너 하나로 세상이 특별해지는 걸
You're my star and my light,
my everything
널 따라 발걸음을 하나 둘
내딛다 보면
모든 게 다 선명해져
날 밝게 비춘 단 하나의 별
시간이 지나 너와 작별한다 해도
빛나는 지금을 잊지 못할 거야
아프고 외로운 시간을 위로해 준
유일한 빛 그게 너라서
고마워
You're my only star
가사 하나하나가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난 이 가사들을 흘려들을 수 없다. 자신의 아픔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쓸수 있었던 내용이라서 이 노래가 더욱 좋다.
우리 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맑고 달콤한 그 목소리 안에 녹아있는 애잔한 슬픔을 느낀다. 그건 아마 엄마인 나만이 느끼는 슬픔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블로그 댓글 중>
- PC로 노래를 들으면서 댓글 적고 있는데... 저는 왜 눈물이 나올 거 같을까요?
감성토끼님의 마음도, 노래에 담긴 따님의 이야기도 진심이고.. 그 진심이 아름답기 때문인 거 같아요.
감성토끼님 글과 따님 노래에 감동 받고 갑니다 ❤
- 저도 자영업을 오래했던 그리고 지금도 하고계시는 어마니밑에서컸지만 아마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는 그 애잔한 마음만큼 자식또한 부모를 그렇게 애잔한 마음으로, 미안하고 짠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이들면 들수록 그런 마음이 강해지더라구요..^^
- 매번 글 잘보고 있는데 이번글은 유난히 제 맘을 아프게하네요. 저 역시 외동남자애를 키우고 있는데 문구점때부터 지금까지 맞벌이때문에 혼자 집에 애가 있을때가 많거든요. 우리는 먹고사려고 버둥대지만 그 힘든 몫을 아이 역시 감당하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어려운 시절을 먼저 겪어오신 님의 글보고 위로를 얻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