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우리 문구점은 코너에 있는 5각형 모양의 건물이다.
특이하게 15평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중앙에 양쪽으로 열 수 있는 주 출입문이 있고, 한쪽으로는 한 개의 문으로 되어 있는 출입문이 또 하나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종종 작은 문으로 들어와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큰 문으로 쓱~ 지나가면서 "안녕히 계세요~"하는 장난을 치곤한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그 잠깐의 시원함을 느끼고 싶어 더욱 그런 아이들이 많다.
문구점 바로 건너편 조금 떨어진 곳에 공원이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공원에 사는 동물 친구들이 문구점에 방문을 한다.
사진으로 남겼으면 좋았으련만, 운 좋게 청설모 녀석만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고, 나머지 동물들은 미처 사진으로 남겨놓지 못해 아쉽기 짝이 없다.
청설모
이 녀석은 어느 날 느닷없이 열린 가게 문으로 들어와서는 두리번거리다 잽싸게 사라졌다.
그러려니 했는데, 그 다음날 비슷한 시각, 다시 또 들어오는 게 아닌가~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되자 나는 슬그머니 청설모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 막 가게 밖으로 나가려는 청설모를 한 컷 찍을 수 있었다.
견과류를 잘게 부숴서 청설모에게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이날 이후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가게 앞 공원에서 청설모를 만났고, 그때부터 산책하는 길에 청설모를 만나면 괜히 혼자 반가워서 사진에 담게 되었다.
새 친구들
어느 날 가게에 앉아 있는데, 열린 출입문으로 참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 들어왔다.
그러더니 나가려고 자꾸 한쪽 통유리 쪽으로 머리를 부딪히는 게 아닌가! 거기 아니야!! 황급히 소리쳐도 참새가 알아들을 리 없다.
몇 번 그러더니 그만 정신을 잃고 구석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물건 매대가 있는 안쪽 구석이라 그 속에 있는 물건들을 다 꺼내야 해서 어찌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손님이 오셔서 응대를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 다행히 정신이 든 참새가 날아올랐다.
나는 출입문 양쪽 문을 활짝 열어놓고 제발 무사히 나가 주기를 바랐다.
내 바람을 알았는지 참새가 이번에는 출입문 쪽으로 무사히 날아갔다.
가끔 출입문 앞쪽에 참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흘린 과자 부스러기라도 먹는 걸까?
아니면 지난번에 가게에 들렀던 참새가 친구들을 데리고 온 걸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 뒤로도 참새 아닌 이름 모를 다른 새들도 가끔 길을 잃고 날아 들어온다.
다들 빠져나가려 통유리에 머리를 박고는 하지만, 다행히 무사히 빠져나갔다.
곤충 친구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곤충이나 벌레가 무섭다.
날씨가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하면 작은 날벌레가 가게 안으로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일거리가 하나 늘어난다. 이 작은 벌레들은 불빛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상하게 작은 물건 틈 사이로 들어가 죽는다. 카드나 스티커가 들어 있는 비닐 안이나, 특히 과자 진열대 속, 펜이 꽂혀 있는 틈 등 치우기 힘든 곳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5월이 되면 이 벌레들을 치우는 또 하나의 노고를 해야만 한다.
이런 벌레 말고도 문구점을 찾는 곤충 친구들이 있다. 예쁜 나비나, 나방, 잠자리, 실잠자리, 말벌이나 꿀벌, 무당벌레, 방아깨비, 매미들도 문구점 안으로 들어와서 아이들과 나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어 놓곤 한다. 여름에는 산모기가 사람들이 문을 여닫을 때 안으로 따라 들어와 숨어 있다가 나를 공격하기도 한다.
이런 벌레들은 싫지만, 참새들이 가끔씩 놀러 오고 - 가게 안으로만 안 들어오면 괜찮다, 아니, 들어왔어도 무사히 출입문을 찾아 나가주면 고맙다,
청설모가 어쩌다 놀러 오고, 이름 모를 새들이 한 번씩 들러주는 문구점이 나는 재미있다.
특히 산책 중인 강아지들은 꼭 문 앞에 멈춰 서서 한참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가게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언제나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늘 같은 자리, 같은 풍경만 보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동물들의 방문은 한바탕 멋진 이벤트를 선물 받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동물들도 들어와 보고 싶은 매력적인 문구점, 바로 감성 토끼의 문구점이 아닐는지?
<블로그 댓글 중>
- 청설모도 새도 아나봐요~ 이 문구점의 주인이 동화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거요 ㅎㅎ
문구점에 곤충들이 날아와 물건에 끼는 군요. 어디든 당사자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노고와 수고가 있음을 배워갑니다.
- 신기해요^^ 청솔모라니....뭐가 필요 했을까요??? 아니면 잠시 아이쇼핑??? ㅋㅋㅋ
청솔모, 참새, 잠자리가...문구점왔다간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을것 같아요...
저기 문구점 가면 착한 주인아줌마도 있고 재미난 물건이 많다고...
운이 좋으면 사진도 찍어 주신다고...ㅋㅋㅋ
- 문구점에 동물친구들 출현~
깜짝쇼네요.
동물들이 구경오는 문구점이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