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유감(有感)

9월 10일

by 감성토끼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은 색상이 핑크와 파랑으로 뚜렷하게 대비되는 편이다.

노트에서부터 크레파스, 물감, 장난감, 아이들이 청소할 때 쓰는 미니 빗자루 세트, 심지어 악기류까지....

대부분의 상품들이 핑크와 파랑으로 나뉘어 생산되고 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색과 성별 구분이 확고하다.

그래서 핑크색을 고른 남자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여자냐고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보통 여자아이들은 더 어릴 적에 이미 핑크공주 시절을 겪어낸 후 초등학생이 되면 더 이상 핑크색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아이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핑크를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민트색이나 파란색을 좋아하게 된다.

겨울 왕국의 엘사가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것도 온통 핑크색 속에 갇혀 있던 여자아이들의 편견을 덜어준 역할을 했을 거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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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주문할 때 모든 물건들을 어쩔 수 없이 핑크와 파랑, 남녀로 구분해서 주문을 해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은행 놀이 세트 한 통을 주문하면 파란색 반, 핑크색 반이 들어가 있다.

그러다 보니 늘 다른 한 가지 색들이 남아돈다. 핑크가 남아돌기도, 파랑이 남아 돌기도 한다.


그러면 소매점에서는 또 1통을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주문을 늘리려고 이렇게 핑크와 파랑으로 구분한 건 아닐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색상을 이렇게 구분해서 판매하는 것이 아이 용품을 파는 회사들의 '마케팅전략'이 맞는다고 한다.


남편은 핑크색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핑크색 옷을 입거나, 핑크색 물건을 갖고 다니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취향을 가게의 디스플레이에 마음껏 표출 시켜 놓음으로써 핑크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우리 문구점의 주요 색상은 핑크 컬러이다.


색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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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핑크는 남자의 색이었다고 한다. 100여 년 전만 해도 남자들은 핑크색 옷을, 여자들은 차분하고 얌전해 보인다는 이유로 파란색 옷을 즐겨 입었고, 17세기 바로크 시대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분홍색 옷을 많이 입었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의 문신 허목과 체제공의 초상화를 보면 분홍색 옷을 입고 있었으니,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가 핑크는 여자, 파랑은 남자라는 선입견을 지니게 된 것일까?




색깔에 남녀가 어디 있을까?

여자 색, 남자 색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한다.

우리 딸은 핑크색을 좋아한다. 아빠를 닮아서일까?

어렸을 때 핑크홀릭 시절을 지나, 다른 아이들처럼 식상하게 느껴져 이제 다른 색을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핑크색을 좋아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딸의 색 취향일 뿐이다.


언제쯤 핑크는 여자, 파랑은 남자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남자색, 여자 색이 아닌 그냥 컬러(Color), 색(色) 그 자체로 평가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핑크와 파랑으로 양분되지 않은, 다양한 색상들의 상품들이 더 많이 나와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펼쳐지는 다양하고 멋진 색채들의 향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핑크는 대체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미국에서 베이커 밀러 핑크라는 명도의 색상을 교도소의 감방에 도입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핑크색이 폭력성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남자들도 당당하게 핑크 옷을 입고 다녀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그날이 오기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색에는 남녀가 없다!!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블로그 댓글 중>

- 마케팅 전략이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매스컴이 그걸 확대 시켜주고~~ 별생각 없이 따라가며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게 되고말죠.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할로윈 파티~~~~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듯이~~ 없던 것이 생겨나고, 있던 것이 사라지고~~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 그러네요. 블루. 핑크.

우리아이들도 명확하더라구요.

이제는 흰. 검. 회만 입어요. ㅋㅋㅋㅋ

- 학교를 다닐때부터 아니 유치원을 다니면서 편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우리 아들도 핑크를 좋아하다가 원생활후 핑크는 여자색이라며 무조 파랑이나 검정등을 선택하더라고요. 딸의 경우 핑크만 좋아하던 아이가 2학 2학기쯤 검정이나 민트를 찾더라고요. 그 좋아하던 핑크가 유치로 바뀌네요. ㅎㅎ

색깔 이야기 재밌네요. 핑크가 원래 남자색이었다는 얘기 애들에게도 들려줘야겠어요.

추석 잘 보내고 계시죠. 전 올해부터 제사를 안 지내서 전보다 편하네요. 원하시는 소원 꼭 이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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