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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Oct 30. 2023

나, 미쳤나봐

고양이로 환생한 남자친구 2화.

한참을 바라보며 고작가와 교감하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채원"


"그래, 이채원. 너 이제 미쳐가는 구나 환청이 다 들리는 걸 보니, 하하하"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공간에 지금 나와 고양이 둘뿐이니깐.







"이채원!"



가을 햇살이 창문을 통과한다. 부유하는 잔잔한 먼지 사이로 햇빛 조각이 눈부시게 빛나는 지금. 나는 진공상태가 되어 버렸다. 무언가 들었지만 듣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내 눈앞에 있는 건 고작가뿐이고 사람은 나 혼자다.



'뭐야, 나 미친 거야? 왜 환청이 들려 무섭게'



낮에도 무서울 수 있다니 채원은 양팔을 감싸 안고 말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태연한 척 고작가를 노려 보았다.

 


"에이~ 아니지? 아닐 거야. 말도 안 돼. 어제 잠도 푹 자고 일어났는데.."


"내 목소리 기억나?"




털썩-


채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 앞으로 고작가가 한 발자국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뭐야!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 보아도 듣는 이가 없다. 채원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고작가와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고작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고작가는 대담한 발걸음으로 채원의 가까운 곳까지 다가왔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오지..마..."



채원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여전히 책방 안에는 채원과 고작가 둘뿐이었다.






아담한 채원의 방안. 화이트와 우드로 장식된 가구들이 놓여있다. 깔끔하지만 질리지 않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채원답게 심플한 모습이다. 침대 옆에 놓인 협탁 위에는 어제 절반 정도 읽다 놓아둔 소설책이 있다. 캔들 워머에서 피어오르는 베르가못 향이 서서히 방안을 채워나간다.

채원은 침대에 양팔을 가지런히 한 채 누워있다. 채원 옆에는 삼색 고양이 하나 있다. 조용한 방안에 나의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채원아.. 채원아... 일어나 봐...괜찮아?'



어디선가 들어봤던 목소리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채원은 무의식 속에서 목소리를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득해지는 시야 사이로 누군가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기억.. 났어... 그.. 그의 목소리야..'



희미한 기억 속을 헤매던 채원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채원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촉감에 조금씩 정신을 차린다.




한쪽 눈은 감고 한쪽 눈은 살짝 실눈을 만들어 작은 틈새로 차가운 촉감을 따라 서서히 눈을 뜬다. 책방 바닥에 쓰러진 채로 천장을 쳐다보고 멍해진 채원. 채원의 얼굴 옆에 고작가가 딱 붙어 앉아 작은 혀로 얼굴을 핥고 있다.



"뭐지? 꿈을 꾼 건가? 분명히 아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서서히 몸을 일으켜 옷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톡톡 털어낸다. 알 수 없는 꿈과 목소리 어렴풋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의 이름 세 글자. 채원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민트색 미닫이문을 열고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휴.. 이게 무슨 일이야. 목소리가 들리다니

아아악! 나... 미... 미친건가?"



중얼거리며 머리를 쥐어뜯는 채원을 바라보는 고작가. 책방의 가장 높은 창문 옆에 가만히 앉아 창밖의 채원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야아옹- 야옹- 야아옹-

아쉬운 고작가의 마음을 알리 없는 채원이 책방에서 서서히 멀어져 간다. 다가갈 수 없는 고작가의 울음소리가 김녕 바다가 마을 골목을 가득 채운다.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고작가의 눈. 그 눈에 작은 파도가 일렁인다.



'이채원.. 너.. 진짜 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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