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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붉은 눈 10화

10화.

by 여름의푸른색



“당신은 미쳤어.”



아이들에게서 떨어지라고 엄마라면 아이들을 생각하라고. 내 모성애를 방패 삼아 아이들을 내게서 떼어놓으려 했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필요할 때마다 약을 먹었고 아이들도 엄마가 약을 먹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약을 먹은 후에 나타나는 반복되는 환청이 들렸다.


‘당신은 미쳤어, 미쳤어’



미쳤다는 말은 거울에 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다시 돌아와 꽂혔다. 목을 휘감는 남편의 목소리. 그리고 목을 조여오는 불안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남편의 말대로 나는 정말 미친 걸까. 지금도 나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지 못한다. 눈을 떠봐도 눈앞에는 새하얀 조명을 켠 듯 따가운 광채가 가득했다.


나는 소파에서 내려와 네발로 기어갔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욕실까지 가는 길을 떠올리며 빠르게 손바닥을 더듬거렸다. 숨을 헐떡거리며 짐승처럼 기어갔다.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평소보다 강하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복도에 놓여있던 액자와 화분이 넘어지고 깨졌다. 흙과 피가 뒤섞였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놀란 남편이 안방 문을 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친 거로 모자라서 이제 별..”



뒷통수에 꽂히는 짜증스러운 남편의 목소리.

나는 남편이 욕실 문고리를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끼익-소리가 났고 이후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진공상태.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 정적을 깬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여보..저기.. 천장..”


그리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익숙한 물방울 소리였다.


"똑-"


그리고 한 방울 더.


"똑-"


나는 소리에 의지한 채 눈을 계속 깜빡였다. 양손으로 연신 눈을 비볐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미세하게 초점이 맞춰졌다.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남편의 뺨에 붉은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남편의 시선이 정확히 천장으로 향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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