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그들이 찾아왔다. 나는 살금살금 거실로 나갔다. 그들이 내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곳 가까이에 멈춰 섰다. 조심스럽게 커튼을 여는 순간.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유리창을 손으로 탁탁 치며 다시 소리쳤지만, 그들은 왼쪽 오른쪽으로 똑같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만 했다. 마치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나가라고”
거실 유리창 안에서 외치는 소리는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그들은 미동도 없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이중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소름 끼쳤다. 그들이 버젓이 베란다에 서 있는 모습도 내가 아무리 큰 소리를 외쳐도 그들에게 닿지 않는 것도.
‘갑자기 유리를 깨고 들어오면 어쩌지?’
그들이 나를 공격하면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일단 집안이 보이는 걸 차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빨리 커튼을 쳤다. 하얗고 얇은 막이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하지만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커튼 너머로 검은 그림자가 움직인다. 두 개의 그림자는 흩어졌다가 겹쳤다. 하늘 위로 날아가기도 베란다로 다시 날아들기도 했다. 그들은 많고 많은 집 중에 왜 하필 우리 집에 찾아오는 걸까. 정체도 알 수 없는 그들에 대해 나날이 궁금증만 더해갔다.
까만 밤이 찾아오고 마을에도 고요가 내려앉았다. 가끔 창문을 흔드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들이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닐까 공포스러웠다. 제주의 일상에서 바람이란 공기 같은 존재일 뿐. 위협적인 느낌을 주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곳에 나타나고부터 바람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왔다. 낯설고 날카로운 바람이었다. 공격적인 바람은 집 안에 있는 나를 위축시켰다. 휘파람 소리 같기도 했고 문을 두드리는 것 같기도 했다. 둔탁하게 움직이는 커다란 문 사이로 희미한 그들의 그림자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문이 닫혀있는 시간에도 공포는 점점 더해갔다.
잠들 수 없는 밤을 지나고 새벽이 찾아오면 겨우 잠시 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