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순간이 오래 남았다
버스 창가에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마음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거리,
늘 지나는 길인데도 오늘따라 어딘가 낯설었다.
빨간 신호등,
오래된 간판,
정류장 쉼터 안쪽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며칠째 글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예민하게 흔들렸다.
생각은 멈췄고, 마음은 제멋대로 흘렀다.
그래서,
교보문고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도착할 때까지
잠시, 풍경에 내 마음을 맡기고 싶었다.
버스가 정류장 앞에 멈췄다.
창밖, 교복을 입은 두 학생이 대로변
신호등 앞 건널목에서 나란히 서 있었다.
한눈에 봐도 친구 같고, 익숙한 거리의 장면 같았다.
여학생이 먼저 말없이 웃었고,
남학생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얼굴엔 해맑은 장난기가 떠 있었고,
그 사이로 바람이 한 번 살짝 지나갔다.
멀리서 봐도 둘은 나란히였고,
그 나란함은 의외로 꽤나 다정하고 안정돼 보였다.
여학생이 가방에서 에어팟 한쪽을 꺼냈다.
별말 없이,
남학생의 귀에 살짝 꽂아줬다.
그의 어깨가 짧게 움직였다.
K-pop의 짧은 춤선처럼, 밝고 경쾌하게 튀어 올랐다.
그 안엔 어떤 꾸밈도 없었고, 그저 음악이 흘러나오는
대로 반응하는 순수한 몸짓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몸짓엔 무언가 묘한 선이 있었다.
딱 한 걸음만 더 다가가면,
장난 같은 기색이 사라지고,
둘 사이에 흐르던 그 미묘한 감정이
'친구'라는 말로는 더는 설명되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여학생은 웃었다.
크게 웃지 않았다.
그저 입꼬리만 올랐는데,
그게 더 깊었다.
버스 안,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말도 없고, 설명도 없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흐르는 감정이 내 쪽까지 전해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어릴 적,
잊고 있던 시간의 조각 하나가 살며시 떠올랐다.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려,
이미 멀어진 그 자리를 다시 바라봤다.
어느 봄날이 떠올랐다.
정확히 어떤 기억이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날의 햇살,
그날의 기분 같은 것들이
잠깐 내 안을 지나갔다.
그 감정은 이름도 없고,
길이도 없었지만
마음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건 그냥 스쳐 간 장면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시절,
내 마음속 작은 포스트잇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