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보다 마음이 먼저였던 순간

그날, 줄 앞에 서 있던 배려

by bluedragonK


편의점 안은 조용했다.

사람은 많았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서히 앞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계산대 앞엔

가벼운 졸음 같은 공기가 떠 있었다.

야근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

늦은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아이들,

그리고 나.


내 앞엔 아주머니 한 분,

그 앞엔 학생 하나가

라면 두 개와 음료를 들고 서 있었다.


학생은 손가락으로

가격을 조심스럽게 더해보더니,

잠시 뒷주머니를 더듬었다.


그러다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


“먼저 하세요.”


아주머니가

그 말을 듣고 반쯤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너 먼저 해.”


학생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 아직 계산 중이라서요.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그 말투가

괜히 차분했고,

그 표정이 어른 같았다.


아주머니는 잠깐 망설이다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나는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학생은 가게 입구 너머

무거운 밤공기 쪽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장면은 그냥

흘러가도 되는 순간이었다.

그냥 하나의 줄,

하나의 계산,

하나의 말투.


그런데 그날따라,

그 짧은 대화 속에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서로를

조금 더 느긋하게 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조금 더 마음으로.


순서보다

마음이 먼저였던 하루.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하루를

조용히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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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