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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꺼내보기 너도 꺼내볼래? 4화

"괜찮아, 이건 날아가지 않아."

by bluedragonK


주말 오후, 햇살이 눈부셨다.

한강의 풍경을 담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어폰에서는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바람은 기분 좋게 얼굴을 스쳤다.

그날의 공기와 풍경은 생각보다 더 부드럽게

마음을 감쌌다.

그렇게 달리던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은

잔디밭 위로 향했다.

돗자리를 깔고 앉은 연인들이 웃으며 장난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어폰 속 멜로디에 겹쳐지며,

스쳐가는 풍경처럼 마음속 깊이 들어왔다.

괜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조금 더 달리자,

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 몇 명은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고,

여자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여름 풍경 속 작은 반짝임 같았다.


한참을 달리다 작은 편의점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음료를 하나 샀다.

벤치에 앉아 목을 축이던 그때, 한 청년이 편의점 쪽으로 걸어가다 잠시 멈춰 섰다.

바로 옆 벤치에 풍선을 들고 앉은 아이가 있었다.

풍선을 받은 아이는 해맑게 웃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엄마가 다정한 눈빛으로 함께하고 있었다.

청년은 아이를 바라보며, 마치 조카를 보듯 따스한

시선을 오래 머물렀다.

그러곤 자연스럽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손에 들고 나왔다.


그 순간, 아이의 손에서 빠져나간 풍선이

하늘로 솟구쳤다.

아이는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달싹이며,

금세 울음이 터질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청년은 주저하지 않고 다가가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괜찮아, 이건 날아가지 않아."

엄마는 뜻밖의 다정함에 고개를 숙이며 잔잔한

미소를 보였다.

청년은 짧은 눈인사를 남기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말없이 건넨 마음 하나가

오래도록 남았다.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페달을 밟는 발끝에, 오늘 하루의 감정이 가볍게 실렸다.

한강의 오후,

글로 남기고 싶은 마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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