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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꺼내보기 너도 꺼내볼래? 3화

비 내리는 오후에 쓰지 않은 글, 문장

by bluedragonK


비 오는 오후,

익숙한 작은 작업실에 들렀다.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던 이곳,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

창가 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머신 소리,

창밖에 또르르 맺히는 빗방울 소리,

낡은 의자에서 삐걱대는 소리까지.

오늘은 모두 다정하게 들렸다.


나는 노트북 대신, 노트를 꺼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 하나가 들어섰다.

글이 막힐 때면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여성 작가였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글 잘 써질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에 웃음이 났다.

“그러게요. 오늘 같은 날은 왠지 더 써질 것 같아서요.”

그녀는 자리에 앉아 커피잔을 내려놓더니,

한참 고르던 곡을 조심스레 틀었다.


“혹시 이 음악 한번 들어볼래요?

오늘 하고 참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은은한 R&B 리듬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자연스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빗물과 음악이 한 풍경처럼 어우러지고 있었다.

비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

창가에 또르르 맺히는 빗방울 소리,

그리고 그 리듬까지.

그 모든 풍경이

하나의 조화로운 흐름으로

내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글. 문장.

왜일까.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문장으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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