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1부✧예의 있는 반항✧빛을 잃은 일상의 언어09화

잠시 닿은 온기

오전 10시, 고시원의 얇은 천장 위로 희미한 햇살이 번졌다.
재하는 느릿하게 눈을 떴다. 이 작은 방은 익숙하지도, 그렇다고 낯설지도 않았다.

어제 밤의 풍경이 아직 꿈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유니폼의 뻣뻣한 촉감, 손님들의 낮은 목소리, 유리잔 사이로 부딪히던 얼음 소리, 그리고 그 너머의 자본 냄새.
그 모든 것이 몸 어딘가에 여전히 묻어 있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얼굴을 씻었다. 찬물에 적신 손끝이 볼을 스쳤다.
그 순간, 휴대폰 알림이 켜졌다.
화면에는 짧은 문자 한 통이 떠 있었다.

“재하야, 오늘 시간 괜찮으면 가게에 잠깐 들러줄 수 있어?”

그 메시지에는 늘 그랬던 어머니의 말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조심스럽고, 그러나 은근한 그리움이 묻은 어조.

오피스텔 상가 1층에 있는 부모님의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창문 너머로 햇살이 들어오고, 매장 안엔 튀김기에서 나는 기름 냄새와 달큰한 소스 향이 섞여 있었다.

재하는 늦은 점심 무렵, 버스에서 내렸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자, 어머니가 막 테이블 하나를 닦고 있었다.

그 옆에는 빈 접시와 컵이 남아 있었다.
손님이 방금 떠난 자리.

“엄마, 이건 제가 할게요.”

“넌 그냥 쉬어. 오랜만에 왔잖아.”

“괜찮아요. 금방 할게요.”

재하는 익숙한 동작으로 잔반을 모았다.
손에 묻은 소스 냄새가 어릴 적 기억을 깨웠다.
방학 때마다 하던 일이었다.

주방 안쪽에서는 아버지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향해 조심스레 인사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응, 왔구나.”

짧고 담백한 대화.
그 안에는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이 오갔다.

어머니가 고개를 들었다.
“요즘은 어때? 일은 좀 괜찮고?”

“그냥... 동생 아는 데 잠깐 도와요. 파트타임처럼.”

“어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