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와 샴페인
휴무일을 며칠 앞둔 늦은 밤이었다.
영업이 끝난 뒤, 성우와 재하, 민규는 락커룸에서 유니폼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지하 복도를 따라 올라가자 자동문이 부드럽게 열리고, 가게 간판 불빛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재하 형, 민규야.”
성우가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태워줄게. 차 뽑았는데, 자랑도 좀 해야지. 가자.”
민규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좋죠! 어차피 재하 형 고시원 근처로 가는 길이잖아요.”
“야, 됐다. 괜히 먼 길 돌지 말고 너희끼리 가.”
재하가 손사래를 쳤지만,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오늘은 내가 모신다니까. 그냥 타.”
결국 셋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고요한 지하 공간의 공기 속에서 흰색 BMW가 천천히 빛을 반사하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모컨 버튼이 눌리자 깜빡이는 방향등과 함께 실내등이 켜졌다. 은은한 불빛이 차체 위로 번졌다.
“형, 이 정도면 출근길뿐 아니라 퇴근길까지 업그레이드된 거 아닙니까?”
민규의 농담에 성우가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진짜 투자야.”
재하는 문을 열며 피식 웃었다.
“야, 이제 진짜 카푸어 되는 거 아냐?”
“카푸어는 무슨, 감정 투자지. 내 사치의 리허설.”
차 안으로 들어서자 새 차 특유의 냄새가 났다.
가죽 시트에 남은 비닐이 사각거렸고, 대시보드 위의 조명이 조용히 깜빡였다.
시동이 켜지고 힙합 비트가 낮게 깔리자, 세 사람의 표정도 조금씩 풀렸다.
“있잖아.” 성우가 말을 꺼냈다. “이번 휴무날, 한강 가자. 돗자리 펴고, 샴페인도 들고.”
민규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그럼 진짜 오랜만에 바람 좀 쐬겠네.”
성우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애들이 있는데 같이 오기로 했어. 분위기 좀 괜찮을 거야.”
“야, 너 관심 있는 애 있지?”
민규가 장난스럽게 웃자, 성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있지. 그래서 재하 형, 좀 도와줘요. 나 이번엔 진짜 진심이야.”
재하는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나 요즘 머리 복잡하다. 관리비 문제도 있고, 신경 쓸 게 많아.”
성우는 웃음을 거두고, 조용히 운전대를 두드렸다.
“형, 딱 한 번만 분위기 좀 맞춰줘요. 나 이번엔 진짜 잘해보고 싶어요.”
민규도 거들었다.
“형, 한 번만요. 대신 형이 빠지고 싶을 땐 우리가 자연스럽게 정리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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