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그림자, 욕망의 무대
전날 밤의 잔향이 아직도 재하의 몸과 마음에 남아 있었다.
한강의 강바람, 잔에 부딪히던 샴페인의 탄산, 그 속에서 부서지던 웃음과 짙게 깔린 감정의 물결.
그 모든 것이 고시원의 좁은 방 안으로 스며들 듯 되살아났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빛은 희미하고, 방 안의 공기는 묵직했다.
알람은 꺼두었는데도 휴대폰은 끊임없이 진동했다.
바닥을 타고 번지는 짧고도 집요한 떨림.
이불 속에 파묻혀 버티던 재하는 마침내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시계는 오후 두 시를 조금 넘긴 시각을 가리켰다.
화면에 뜬 이름 — 아버지.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오늘은 묘하게 다른 결이 느껴졌다.
그 안엔 오래 눌러온 단단한 결심이 묻어 있었다.
“재하야, 지난번에 보낸 내용증명 말이다.
그거… 관리소장이 또 수취 거부했다.”
그 말 한마디에 재하는 눈을 비비다 말고 멈췄다.
가슴 어딘가가 ‘툭’ 하고 내려앉았다.
“수취 거부요? 그게 가능한 겁니까? 받아야 하는 거잖아요.”
아버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피로가 배어 있었다.
“받을 의무는 있지.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거부도 하더라.
결국은 기록으로 남길 수밖에 없지.”
잠시 숨을 고르고 그는 덧붙였다.
“내가 아는 법률가한테 물어봤다.
내용증명은 세 번까지는 보내야 한대.
안 받아도 기록은 남는다.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보내라더라.”
재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 이번엔 더 정확하게 준비할게요.”
“구청에도 이미 확인했다.
관리인 정식 선임 여부를 물었더니,
‘없다’는 회신이 왔다. 그 회신서도 복사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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