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랑 Nov 01. 2020

거미는 어떻게 끝까지 갔을까

포기하지말자고 쓰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버스를 타러 나갔다가 신기한 광경을 봤다. 그날따라 목이 아파 하늘을 올려다 본 탓이었을까.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거미 한 마리가 정류장 천장을 기어가고 있었다. 그 넓은 천장 하필이면 좁은 면만 골라 쓰는 탓에 얼마 안 가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졌다. 사실 벌레를 싫어하는 나는 그 거미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질까봐 겁이 났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시선을 못 뗐다.  


 겁이 나서.

 혹은,

 관람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이 완주가 성공할 것 같아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가도 떨어진다. 추락은 금방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다시 줄을 힘차게 뻗는다. 천장 위로 던져올린다. 밀어내도 절대 안 떨어진다. 잘 붙들어라. 그렇게 말하는 듯이. 몇번이고 그렇게 한다. 


 휴대폰 게임을 하다 Gameover라고 뜬 화면을 본 아이에게 아빠가 그 뜻을 물었더니 '다시 하라는 거야'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를 떠올린다. 그 순수한 대답은 얼마나 힘이 셌던지. 세상이 예상도 못한 곳에서 어퍼컷을 날려 K.O패를 당하는 날마다 속으로 그랬다. 완전히 게임 오버네. 다시 하라는 거니까 다시 하면 되지, 그랬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작지만 위대한 존재도 그랬다. 밀어내면 다시 올라온다. 떨어지는 몇초가 몇 분이 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다시 줄을 뻗어 도전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추락이라 생각했던 순간 너무 빨리 포기한 건 아닐까. 


살아오면서 분명 저런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아, 떨어지는구나. 여기까지구나. 그렇게 손을 놔버린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앞으로도 여럿 있겠지. 이제 됐구나 싶은 순간 또 저렇게 떨어지기도 하겠지. 그렇겠지. 원래 그런거니까.


그 순간마다 떠올릴 장면이 생긴 것 같다. 목표가 정류장 천장의 끝이었다면, 그 수많은 추락은 과정에 불과했다. 42,195km의 완주를 위해 42195시간을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알았다. 곧 버스가 도착했고 약속 시간이 빠듯해서 끝까지는 보지 못했지만 거미는 완주에 성공했을 것이다. 마음으로 알았다. 직감으로. 그런 태도로는 끝까지 가지 못할 길이 없었다. 작은 데서 배우고 기억한다. 느꼈던 생각들을 마음에도 곧게 새긴다.


이 기억도 힘이 세겠지. (분명히 그럴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