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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오 Jun 05. 2019

Oh, O Week!

호주 대학 생활: 대학 오리엔테이션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과 같은 분야로 경력을 쌓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호주 멜버른의 한 대학으로 편입했다. 막연히 비즈니스 학과를 전공하고 싶은 생각뿐이었기 때문에 어학연수를 하면서 친해진 10여 년 직장생활은 한 언니의 조언을 듣고 마케팅학과에 진학했다. 

얼마나 비주체적인 행동인지! 

이후 나는 이 선택을 후회했고 좋아했던 경제학과나 통계학과로 전과할까 고민했지만 이는 졸업이 1년 늦춰지는 걸 의미했다. 한국 취업에서 표면적으로는 평가받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한 지원자격 ‘나이’가 염려되었고 결국 마케팅 전공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다시 그 선택을 후회했다. 잘못된 것 같다고,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면 과감하게 돌아서야 한다.


호주의 대학은 약 50여 개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 정부 지원금을 받는 국립대학교이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호주의 Top 8 대학교는 물론 주체 측 및 기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단체와 상관없이 세계 대학 순위 150위 안에 모두 그 이름을 올렸다. 


입학시기는 일반적으로 한국처럼 3월이지만 대부분의 학과가 7월 학기에도 신입생을 받는다. 

학기 시작 전주에 O week이 열리는데 (보통 학기가 시작하고 1,2주 정도 계속되지만 첫 주에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 한마디로 오리엔테이션 시기로 생각하면 된다. 이 시기에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유학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대학 동아리들을 살펴보며 가입할 수도 있고 (내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동아리 활동이 거의 필수라고 할 정도로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요새는 입학하자마자 취업준비로 동아리관이 한가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궁금하다. 하지만 호주 대학의 경우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경우보다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캠퍼스 잔디밭에 가면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간이 놀이 기구들도 있다. 예를 들면, 물풍선 터뜨리기 혹은 미끄럼 타기 등등. 


호주는 한국 대학처럼 축제가 없는데 호주에서는 이 시기가 신입생 환영회와 축제를 섞어 놓은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캠퍼스에 가면 신입생들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 가이드북과 캠퍼스 지도를 쉽게 구할 수 있고 바닥 및 벽에는 프로그램의 위치를 알려주는 화살표들이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O week이 뻔한 오리엔테이션이라 여기고 대강 살펴보거나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호주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유학 가는 학생이라면 O week에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또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참석하길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세 가지, ‘보고서 및 에세이 주석 다는 법’, ‘에세이 및 보고서 쓰는 법’ 그리고 ‘도서관 이용법’이다. 


대학마다 보고서에 주석 다는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에세이를 써야 하는지 에세이 구성 방법과 어떻게 리서치를 시작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학기 초에 지속되는데 실제 학과목 에세이 초안을 가져가면 그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해준다. 마지막으로 자료조사의 시작과 끝 지점인 도서관 이용법은 필수다. 도서관이야 도서 대관과 반납이라는 단순한 기능을 하기에 쉽게 무시해버릴 수 있는데 보고서 및 에세이 자료의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수집된다. 그리고 이 강의는 도서관 온라인 자료실의 이용법 및 어떻게 효율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유학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은 보통 학부별로 진행되는데 나는 이 곳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를 들었다. 한국 대학의 전공은 마케팅과 전혀 관련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3년 동안 대학생활을 다시 해야 하는구나 했는데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친구들이 같은 전공은 아니지만 같은 학부라서 몇 과목 면제받은 걸 알게 되었다.

 

아! 호주의 대학은 3년이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때 이미 전공분야를 선택 해서 전공과 관련된 기본 과목을 이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바로 대학에 입학할 수 없고 Foundation course라는 과정을 통해 전공의 기본 과목을 이수하여야만 한다. 참으로 좋은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을 통해 고등학교 때 이미 전공이 나의 적성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만일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대학 입학 전에 다른 전공 혹은 기술학교를 고려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나는 학부가 달라도 교양과목은 면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한국 대학의 영문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와 함께 한 장 반짜리 편지를 썼다, 내가 왜 교양과목을 면제받아야 하는지! 

학부 학생처에 찾아가 문서를 제출하고 며칠 뒤 결국 교양과목 모두 면제받았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내가 경험한 호주는 그랬던 것 같다. 

정해진 규칙이 있더라도 그 규칙이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없기에 이유가 적절하다면 예외를 인정하고 규칙에 벗어나도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주 이민성과 관련하여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여러 증빙서류와 함께 한 장 반짜리 편지 (또! 한 장 반이 가장 이상적인 협상용 문서 길이일지도)에 내가 적합한 자격이란 것을 설득하였고 결국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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