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나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글을 쓰며 살아가보자.
그걸 직업으로 삼아보자.
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 하나로 글을 쓰고 꿈을 꾸고
시나리오 학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10년 뒤,
스물아홉의 어느 밤
나는 글을 접기로 결정했다.
10년이면 할 만큼 했다.
이 정도 했는데 결과가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다.
이런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난, 더 이상 쓰고 있지 않았다.
멍하니 커서만 바라보는 날이 늘었고
아예 컴퓨터를 켜지도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어느새 난,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입으로만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대학교 3학년때까지
난 눈을 뜨면, 감을 때까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생각만 하며 살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소재였고
소재를 엮어 스토리로 만드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게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스물아홉의 난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사느라 바빠서, 쓰지 않는 날이 많아져서?
채우지 않고 쏟아내기만 해서, 속이 텅 비어버려서?
10년을 했는데,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아서?
모든 게 정답 같고
모든 게 오답 같다.
그때 내게 물어봤다면
난 답을 찾아냈을까.
지금은 알 수 없다.
알아도 바꿀 수 없다.
그때의 내가
포기하는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면,
'할 만큼 했어. 그만하자'가 아닌
'그래도 다시 해보자.' 결론 내렸다면
어떻게 하면 다시 쓸 수 있을지
치열하게 묻고 행동했다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물음을 던지기에
그때의 난 너무도 어렸다.
혹은 너무도 벅찼다.
그래서 난
울면서 도망쳤다.
어두컴컴한 도시의 단칸방에서
새하얀 창을 닫아버렸다.
이만하면 됐어.
이만하면 됐어.
괜찮아.
.
.
.
전혀 괜찮지 않았다.
괜찮은 듯 살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괜찮지 않다는 걸
다시 쓰고 나서야 알았다.
이제는 더 이상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
안 써도 그냥 계속 쓰고 싶다.
계속 쓰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