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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진 Nov 15. 2023

글은 언제나 종이 밖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가 좋았다.



내게 글은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친구였고

무엇이든 품어주던 엄마였다.



그래서 친구가 없어도

엄마가 없는 날도 버틸 수 있었다.


글이 늘 내 곁에 있었으니까.



그런 글을 접기로 했을 때,

나의 마음이 어땠을지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모든 상황들을 원망하다

나를 원망하다

무너져 내렸던 순간


글을 접었다.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쓰지 않고 사는 날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러다 문득

어쩌다 한번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 오면

모든 게 그저 슬펐다.




김종원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글은 실제로 쓰는 시간만 소중한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런 게 아니다. 당신은 글을 쓰지 않았던 시간에도 글을 썼다. ... 글을 쓸 준비를 했다. 세상에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쓰거나, 쓸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나는 쓰지 않는 동안에도 쓰고 있었다.

삶이라는 글을

그 어떤 때보다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 모든 순간이

내 글의 소재가 되었다.



결국 글이라는 건

쓰지 않는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그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담아지는 것이 다르고

생각의 깊이도 달라지니까.



그러니까

쓰지 않는 순간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글은 언제나 종이 밖에 있다.

삶은 언제나 글이 된다.



나는 그런 삶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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