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적어보려고 해.
누군가의 25살이 나처럼 아프지 않길 바라며...
25살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린 나인데
그때는 그렇지가 않았어.
이 나이 먹도록 내 앞가림을 못해서 어쩌나
앞으로 난 뭘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도 때도 없이 막연한 공포가 밀물처럼 밀려들어와
숨이 턱턱 막히고
손이 덜덜 떨렸어
그래서
난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길로 들어섰어
불안에 쫓겨 대학원에 진학을 한 거야
이대로 사회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어디에든 소속되고 싶어서
학교라는 울타리 속으로 도망쳤어
목표가 분명했다면
결과도 달라졌겠지만
원하는 게 '유예'뿐이었던 곳에서
얻은 건 '정체' 뿐이었지.
가끔 그럴 때가 있잖아
지금 당장 어디로든 가야 할 것 같은데
거기가 어딘지 당최 모르겠을 때
그럴 때 말이야
그냥 제자리에 있어도 돼.
길을 잘못 드는 것보다
가만히 멈춰서 길을 정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거든.
난 그 불안을 기억해.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쓸모가 없어지는 것 같고
세상에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은 기분
그 두근거림.
그걸 품에 안고
가만히 기다렸다면
나는 조금 더 일찍
단단해졌을 것 같아.
나를 더 빨리
만났을 것 같아.
지금 만약
뭘 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말이야.
결정의 순간에 드는 감정이
불안이나 걱정이 아닌
설렘이나 희열이길.
확신이나 믿음이길.
간절히 바래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넌
널 찾아갈 거야